국토지리정보원, 계사년 지명 분석
'사동' 등 마을명칭만 157개
우리나라 150만여 개의 지명 중 208개가 뱀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지리정보원(원장 임주빈)은 30일 2013년 계사년(癸巳年) 뱀(巳)의 해를 맞이해 뱀과 관련된 지명을 분석해 본 결과,우리나라 150만여 개의 지명 중 208개가 뱀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2013년은 십이지를 상징하는 동물 중 여섯 번째인 뱀(巳)의 해로 한자 사(巳)는 똬리를 틀고 있는 뱀의 형상을 딴 글자로 일어서는 기운을 뜻한다. 시간으론 사시(巳時)라고 해 오전 9시부터 11시 사이를 가리키며, 달(月)로는 식물이 한창 자라는 때인 음력 4월을 의미하는데 이때는 만물이 소생하고 생명력이 움트는 계절로 우리 조상들은 한꺼번에 많은 알과 새끼를 낳기 때문에 다산성을 상징한다고 해 풍요와 재물의 가복신(家福神)으로 여기기도 했다.
지혜, 풍요, 불사를 상징하는 뱀은 십이지 동물 중 상상의 동물인 용을 빼고는 유일하게 털과 발이 없는 동물로서 우리 문화에 숭배와 질시를 동시에 받아왔다. 집과 재물을 지켜주는 업구렁이로, 영생불사(永生不死)의 수호신으로, 그리고 인간을 위협하는 두려운 동물로 표현되기도 했다.
이 같은 이중적 이미지는 우리 국토의 지명에도 반영돼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뱀 관련 지명은 전국에 208여개가 분포하는데, 전남이 41개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경북 32개, 경남 31개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대체로 남부 지방에 뱀 관련 지명이 많이 분포하는 데 이는 농경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명의 종류별론 마을 명칭이 157개로 가장 많았으며, 섬의 명칭이 15개, 고개와 산의 명칭이 14개 등으로 나타났으나 지명의 유래 등을 세부적으로 조사하면 뱀 관련 지명은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글자별로 살펴보면 ‘사동’이라는 지명이 경북 경산시 동부동의 마을 이름을 비롯해 전국에 15개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뱀골’이 10개 순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지역에 따라서는 뱀을 ‘배암’, ‘비암’, ‘배염’ 등으로 불림에 따라 일부 지역에선 다양한 형태의 지명으로 남아있다.
뱀 관련 지명중 뱀의 모양과 관련된 지명이 전체의 137개(65%)로 가장 많이 나타났으며 이 중 경남 통영시 한산면 매죽리에 있는 ‘장사도’처럼 전체적인 모양이 기다란 뱀의 모습을 닮았다고 해 붙여진 지명이 72개로 가장 많았다. 뱀의 모양을 묘사한 지명 중 뱀이 개구리를 쫓아가는 지형인 ‘장사추와형’은 먹을 것이 풍부한 좋은 터로 풍수지리가들이 일컫는 명당의 하나로 전남 고흥군 영남면의 ‘사도’, 충청남도 홍성군 홍성읍 신성리 ‘사성’ 등이 이에 해당한다.
뱀의 출현 설화와 관련된 지명도 있다. 경주시 남면 구암리의 마을 이름 ‘구뱀이’는 귀가 달린 뱀이 나왔다 하여 유래됐으며 전남 함평군 해보면 금계리 ‘구수재’는 아홉 마리 구렁이가 재를 못 넘어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뱀이 공포의 대상으로 유래된 지명으론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김녕사굴’, 천안시 직산읍 상덕리 ‘덕령’ 등으로 인간을 해치려는 사악한 존재로 묘사되기도 했다.
이밖에 충남 서산시 운산면 고풍리 ‘장사동’은 마을이 큰 구렁이의 모습을 닮았는데, 허물을 벗으며 성장하는 뱀의 영생불사(永生不死)의 속성을 반영해 이 지역 주민은 장수한다는 유래를 가지고 있다. 또한 전남 고흥군 동강면 한천리 ‘뱀골고개(뱀골재)’ 는 고개를 넘을 때 악한 죄를 지은 사람은 반드시 큰 뱀을 만난다고 해 뱀을 지혜로운 존재로 생각했다.
이 같이 뱀의 형상이나 뱀과 관련된 설화는 우리의 ‘지명’속에 자리 잡아 내려오고 있다. 국토지리정보원은 지명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그 중요성이 지속적으로 증대됨에 따라 지명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지명법 제정을 추진하는 등 지명관련 제도를 마련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