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리얼리즘 조각가 듀안 핸슨(Duane Hanson)
이상애와 함께하는 미술여행
필자는 두 번째 그림읽기에서 자화상을 극사실적으로 그린 하이퍼리얼리즘 작가 척크로스를 소개한 적이 있다. 하이퍼리럴리즘 작품은 작가의 주관성이 최대한 배제되고 최대한 사실적이게끔 표현하는 일련의 작품들을 말한다. 그러나 평면회화와는 달리 그것이 조각으로 표현되면 어떠하겠는가? 여기 사진 한 장이 있다. 사진 속에는 청소부와 한 신사가 나란히 서 있다. 하지만 두 사람 중 하나는 실제 사람이 아닌 조각 작품이다. 당신은 둘 중 어느 것이 조각인지 구별할 수 있겠는가? 어느 쪽을 선택하든 절반의 확률이니 밑져야 본전인 셈치고 한번 맞춰보자.
듀안핸슨은 인체에서 주형을 직접 떠내는 방식인 실물주형기법을 최초로 사용한 조지시걸-2019년1월10일 미술여행 칼럼에 소개-의 영향을 받아 인체를 캐스팅하고 머리카락 한 올부터 실제의 의상을 입히는 것에 이르기까지 실재의 인물의 모습 그대로를 재현하는 작가이다. 작품을 보다 더 실재적으로 보이도록 하기 위해 인물의 섬세한 피부의 톤과 자연스러운 표정뿐만 아니라 실제의 옷이나 신발 등을 활용하고 표현하고자 하는 분위기에 맞는 장신구와 소품을 놓아 사실성을 더한다.
주제에 있어서 핸슨은 일생동안 현대사회에 대한 고발과 인간의 소외감, 절망, 사회 환경에 대한 문제 등 다양한 주제를 인물로 형상화함으로써 다루었다. 그는 1960년대 초기에는 베트남 전쟁이나 인종폭동과 같은 주제를 다루었지만, 70년대 초부터는 미국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평범한 인물들의 일상에 몰두하였다.
이제 정답을 말해야 할 때가 왔다. 정답은 청소부 여인, 퀴니(Quinny)이다. 핸슨의 1988년 작 <퀴니Quinny>는 우리 주변의 온갖 지저분한 것들을 치워 우리가 생활하는 환경을 깨끗하게 해주는 노동자계급인 청소부를 주제로 한 작품이다. 제목 `퀴니'는 실제 작품 속 모델의 이름이다. 핸슨은 비록 일반 대중들은 그녀를 단지 오물이나 치우는 하층민으로 생각할지는 모르나,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신감과 자부심이 있는 위엄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제목에 그녀의 이름을 붙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핸슨은 평범하고 일반적인 인물들의 생활과 이미지를 실재보다 더 실재처럼 만들었으며, 때문에 그의 작품은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무너뜨려 객관적인 실제를 경험하게 하려는 의도를 갖고 관객과의 소통을 지향한다. 그는 또한 작업을 할 때 보다 면밀한 주제표현을 위해 모델과 인간적 관계를 형성하여 지극히 사적인 부분까지 관심을 가진다.
일찍이 벤야민은 “복제가 원본의 권위를 약화시킨다.”고 말했고, 보드리야르는 “가상이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실재가 된다.”고 말했다. 핸슨은 단지 눈속임을 위해 작품을 제작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실재보다 더 실재같은 하이퍼리얼리티의 작품을 제작함으로써 매트릭스의 세계 안에 갇힌 네오가 AI 통제요원 스미스와 사투를 벌이듯이, 우리로 하여금 현실과 가상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하도록 만든다.
/미술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