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길
타임즈의 시 읽는 세상
2020-04-01 연지민 기자
정 호 승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 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코로나19에도 꽃들은 다투어 피어납니다. 들끓는 생명의 소리도 마음에서 한풀 꺾인 채 빼앗긴 봄 길을 지나고 있습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 새로운 길이 만들어질 터지만, 그 길은 누구도 가지 않았기에 두렵고 조심스럽기만 합니다. 코로나19가 가져온 일상의 변화도 마찬가지입니다. 힘겹고 무겁지만 봄, 길이 되기 위해 우리 모두 손잡아야 할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