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큼한 꽃
타임즈의 시 읽는 세상
2020-05-20 연지민 기자
손 택 수
이 골목에 부쩍
싸움이 는 건
평상이 사라지고 난 뒤부터다
평상 위에 지지배배 배를 깔고 누워
숙제를 하던 아이들과
부은 다리를 쉬어가곤 하던 보험 아줌마,
국수내기 민화투를 치던 할미들이 사라져버린 뒤부터다
평상이 있던 자리에 커다란 동백 화분이 꽃을 피웠다
평상 몰아내고 주차금지 앙큼한 꽃을 피웠다
#어디를 가도 마을 입구에는 느티나무 한그루가 있었습니다. 그 나무 아래에는 모두가 주인인 평상이 있었지요. 농촌사회에서 이 평상은 들일을 하다 쉬기도 하고, 오가는 사람들이 만나 서로 안부와 소식을 전하는 사랑방 구실도 했습니다. 현대인들이 그렇게 외치는 소통이 바로 이 한 평 평상에서 이루어졌지요. 마을이나 골목이라는 공동체 공간이 사라진 요즘, 평상은 사라지고 불통의 씨앗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