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하는 풍경 속의 작은 바람
패션 속 세상
아파트 입구에 있는 초등학교 정문에는 “입학을 축하합니다”라는 현수막 아래에 새 옷을 차려입은 1학년 꼬마 신입생들이 보인다. 엄마, 아빠가 지켜보고 있음을 확인하듯 뒤돌아보며 들어가는 아이들, 이곳저곳 두리번거리며 들어가는 아이들. 뒷모습을 걱정 반 설렘 반으로 지켜보는 부모들 모습에 `나도 저런 때가 있었지…'코로나로 학교 내부에 들어가지 못하고 입학식도 참여하지 못한 채 정문에서 아이만 들여보내는 학부모의 표정은 마치 자녀가 군대에 입영하는 것 같다. 그동안 열이 조금만 있어도, 배가 좀 아파도, 조금만 늦잠을 자도 안 보내던 유치원과는 달리 학교는 늦지 않게 결석 없이 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학부모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다.
유명 백화점에선 입학식복이라고 어른들의 고급진 옷을 흉내를 내 만든 고가의 옷들도 있지만, 활동성이 많고 아이들과 사귐을 가져야 하는 아이들에게는 너무 튀거나 부자연스러운 옷보다는 활동적이면서도 다른 친구들과 잘 조화되는 옷차림이 좋다. 단 입학식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줄 만큼의 약간의 격식이 가미되면 더 좋다.
단순하고 단정한 재킷이나 코트 등의 외투가 그렇다. 사파리 점퍼는 아이들이 입고 활동하기 편한 아우터가 되며 활동성이 좋으면서 단정한 느낌의 퀼팅 점퍼는 평소 등교 복장으로 활용 가능하다. 밝은 색상의 셔츠나 노란색 니트 위에 어두운 색상의 아우터를 입으면 활동성과 격식을 갖춘 입학식 패션이 된다. 미국 명문 사립고 학생들의 옷에서 비롯된 프레피 룩도 이에 걸맞은 차림이다. 베이지색 계열의 팬츠에 셔츠와 체크무늬 스웨터를 입고 남색 재킷을 걸치는 식이다. 조끼와 타이로 멋을 내거나 날씨가 쌀쌀하면 재킷 위에 트렌치코트나 후드 점퍼를 덧입으면 된다. 여아는 화이트나 밝은 색 셔츠에 플레어스커트를 입고 니트 스웨터나 재킷을 덧입으면 세련된 프레피 룩이 된다.
우리 아이들이 어릴 때만 해도 엄마가 챙겨주는 옷 안에서 옷을 입었기 때문에 엄마의 스타일이 아이 스타일에서 묻어났다. 부모의 감각이나 성격, 아이에 대한 관심, 생활수준 등을 엿볼 수 있었기에 더 신경이 쓰였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 친구를 사귀어야 하니 아이들에게 놀림 받지는 않을까, 따돌림당하지는 않을까, 선생님의 관심이 덜 미치지는 않을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대학 강사로 여기저기 강의하느라 바빴던 나는 내일 아이가 입을 옷을 골라 걸어놓고는 할머니 손에 맡겼다. 우리 아이들도 바쁜 엄마에 순응해서인지 옷에 대해 의견을 내세우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해 가족여행 둘째 날 5살 조카는 자신이 입고 싶은 원피스가 아닌 다른 옷을 입혀주었다고 오전 내내 심통을 부려 결국 어제 입었던 좋아하는 원피스로 다시 갈아입히는 소동이 있었다.
요즘 아이들은 옷을 입을 때 자기주장이 강하다. 때론 머리에 지나치게 큰 리본을 꽂은 아이, 머리핀과 머리끈, 머리띠로 알록달록 지나친 장식을 한 여자 아이는 자기주장에 의해서인지도 모른다. 또 계절에 맞지 않은 타이즈를 고집할지도 모른다. 전문가들은 그럴 때 부모의 취향을 강요하지 말 것을 주장한다. 아이의 선택이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때에도 아이가 자신의 선택에서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깨달을 기회를 줘 자신의 선택에 대해 책임지는 주도적인 생활 습관을 훈련받게 하라는 것이다. 옷 입기에서 주도적인 아이는 다른 일이나 행동에서도 주도적으로 성장한다. 또한 자기 주도적으로 옷 입기는 자기표현의 중요한 방법이다. 자신의 선호나 취향을 알고, 이후 자신감 있는 의사 결정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옷을 입힐 때 아이들의 의사가 한 아이템이라도 반영되도록 하여 학업에서의 자기주도 학습만이 아닌 옷에서의 자기주도 생활습관이 훈련됐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