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 데이터를 보자
화요논객
초등학교에 아이를 입학시킨 학부모들은 자녀가 학교생활, 특히 학업에 잘 적응하고 있는지 궁금하기 마련이다.
22대 국회에서 네 명 모두 초선으로 교체된 충북 청주의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국회에 잘 적응하고 있을까? 이들의 활동이 궁금할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들의 활동상은 대개 알림장 역할을 하는 언론을 통해서 접한다. 소식의 대부분은 의원이나 정당이 알리기 위해 자료를 내거나 기자회견 한 내용이다. 간혹 기자가 비판적인 시각을 들이대 문제점을 들춰낸 기사도 있다.
충북 청주는 지난 4월 10일 총선에서 네 개 지역구의 국회의원을 모두 바꾸었다. 5월 29일부터 등원한 이들은 의정 활동을 잘하고 있을까? 초선이니 더 궁금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흔히 지역구 행사에 얼굴을 자주 드러내고, 언론에 활동 상황이 소개되는 빈도로 의정 활동을 평가하기 쉽다.
하지만 이는 가공한 정보이고, 자칫 `오염됐을 가능성'도 있다.
알림장에 담임 교사의 주관적 견해가 담길 수 있듯이 의원실이 발표한 내용에 과장과 치장이 있을 수 있고, 언론 역시 `시각'이 있기 때문이다. 언론이 갖는 시각을 시비할 생각은 없다.
사실 신문도 냉면이나 짜장 같은 기호 상품이어서 소비자(구독자)는 시각(입맛)에 맞는 신문을 기꺼이 구매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말인데 가공한 정보보다 원본 데이터를 찾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국회 홈페이지에 가서 의원 이름을 검색하면 의정 활동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펴볼 수 있다. 정보공개를 청구할 필요도 없다. 웬만한 정보는 다 공개돼 있다.
공개된 정보만으로 청주 초선 4인의 입법 활동을 비교해 봤다. 개원 한 달이 지난 6월 30일을 기준으로, 입법 성적표를 보니 이강일(청주 상당) 의원은 대표 발의한 법안이 한 건도 없다. 이 의원은 30일 “앞으로 여덟 건의 법안을 대표 발의하겠다”라고 밝히기는 했다.
이에 반해 이연희(청주 흥덕) 의원은 한 달 동안 열두 건을 대표 발의하고 무려 165건을 공동 발의했다. 휴일 없이 일했다고 해도 하더라도 하루에 여섯 건을 발의한 셈이다.
법안 발의가 부진한 이강일 의원도, 지나치다 싶은(?) 이연희 의원도 논리는 분명했다.
이강일 의원은 “국회 원 구성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 21대에서 자동 폐기된 법안들을 긁어다가 발의 건수만 늘려 주목을 받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나는 앞으로도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정직하게 가겠다. 그것이 내 소신이다”라고 밝혔다.
이강일 의원 또 공동 발의 법안마저 적은(26건) 이유에 관해 “공동 발의라 하더라도 법안을 발의한 의원과 숙의하거나 법안을 꼼꼼히 확인한 뒤에야 발의에 참여하고 있다. 법안 남발은 국회 행정력 낭비이기도 하고, 법은 혜택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제약도 주는 만큼 발의에 신중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연희 의원은 혹시 `법안 품앗이를 한 게 아니냐'고 묻자 “텔레그램 방에 올라오는 법안의 취지를 직접 읽어보고 좋은 법안에는 힘을 실어주려고 한다. 이상한 법안은 당연히 가려낸다”라고 주장했다. 보좌진 차원에서 이뤄지는 법안 품앗이는 없다는 얘기다.
법안 요약서도 공개돼 있고, 법안 공동 발의에 참여한 의원들의 이름도 다 나온다. `이런 법안은 왜 냈지?' 싶은 것도 있고, 서로 서명하며 법안 품앗이를 한 정황도 읽힌다. 원본 데이터를 읽다 보면 일하는 척하는 사람과 쓸데없는 일을 하는 사람,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는 사람도 보인다.
언론도 어쭙잖은 의도로 정보를 오염시키기보다는 원본 데이터를 찾아내고, 독자가 궁금해할 만한 내용을 대신 물어봐 주는 역할을 보탠다면 잃어버린 신뢰를 찾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