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강내면에 드러난 어느 마을 이야기
충북문화유산의 이야기
매장문화재 발굴조사는 먼 과거 잊혀져 있었던 우리 조상들의 유산들을 찾아 세상에 보여기도, 그들이 살아왔던 과거의 삶의 터전을 밝혀주기도 한다. 때로는 깊은 땅 속에 숨겨져 있던 알려지지 않았던 비밀들이 새로 밝혀지기도 한다. 충북 청주시 강내면에서도 이렇게 땅속에 숨겨져 있던 비밀이 매장문화재 발굴조사를 통해 드러난 사례가 있어, 오늘은 그 일화를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충북 청주시 강내면은 미호천과 인접하여 일찍이 구석기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적과 유물이 출토되는 지역으로, 특히 삼국시대 고구려·백제·신라의 경계였던 곳이다. 그래서 산성과 같은 삼국시대 관방유적들이 주변에 다수 위치하고 있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이후에도 강내 지역은 미호천 유역에 위치한 중요 요충지로 여겨졌고, 후삼국에 이르러서는 후백제에 의해 관리되었다. 이후 고려~조선시대에 이르러서 강내면은 청주목의 변경지역으로, 미호천의 풍부한 수량을 토대로 많은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 되었다.
작년 2023년 청주 강내면 태성리 · 다락리 일원에서 ㈜청주하이테크벨리 일반산업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사전에 대규모 매장문화재 발굴조사가 시행되었다. 본격적인 발굴을 시행하기에 앞서 먼저 진행된 시굴조사에서는 총 9개소의 유물산포지가 확인되어 이 지역이 역사적으로 중요한 지역임이 일차 확인되었다. 그리고 이어진 정밀 발굴조사 결과 산의 능선부에는 많은 조선시대 무덤들과 소량의 가마들이 확인되었다. 뿐만 아니라 산 능선 아래쪽에서는 주거지를 비롯한 생활시설들이 다수 확인되었다.
이러한 발굴조사 결과를 토대로 유추해보면 조선시대 이곳에 꽤 규모가 큰 마을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발굴조사시 확인된 주거지는 일반적인 조선시대 수혈주거지인 특징을 보이는데, 여기서 수혈주거지란 땅을 굴착하고 그곳에 설비를 하여 짓는 주거지를 말한다. 따라서 이곳에서는 양반들보다는 평범한 백성들이 거주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곳에 사는 주민들은 산 아래에서 주거할 집을 짓고, 인근 미호천과 작은 지류를 통해 농사를 짓고 주변에 위치한 산림에서 다양한 자원을 채취하며 살았을 것이다. 또한 능선부에는 숯가마나 삼가마를 짓고, 주변에 풍부한 나무를 활용해 숯이나 삼을 생산하며, 농사를 지으며 살아갔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한편 능선부에서 조사된 대규모의 조선시대 무덤들은 이 마을 사람들이 이 지역에 꽤 오래 거주하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집단 묘역으로 보인다. 이번 발굴조사로 확인된 이곳의 분묘들은 거의 200기에 육박할 정도로, 이 정도 규모의 분묘 유적이 형성되려면 오랜 시간 걸쳐 사람들이 계속 이곳에 무덤을 조성한 것으로, 이를 통해 이곳에 있었던 마을의 규모가 상당했을 것을 미루어 유추할 수 있다.
강내면 태성리 일원은 지금도 산수 풍광이 어우러져 사람들이 살기 좋은 지역이다. 풍부한 수량과 짙은 녹음이 어우러진 지역에 우리 선조들은 삶의 터전을 꾸리고, 집을 짓고 농사를 하며, 숯과 삼을 생산하고 살아갔으며, 수명이 다하면 살아왔던 곳이 내려다 보이는 산 능선에 안장되어, 후손들로 이어지는 역사를 함께 해왔던 것이다. 이제는 시대가 바뀌어 그 흔적들이 모두 사라졌지만, 이렇게 매장문화재 발굴조사를 통해 청주 강내면에 숨어있던 과거의 모습이 또 한번 드러났다.
땅 속에 감춰져 있는 유산들은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를 전한다. 문헌에 남아있지 않은 평범한 과거 사람들의 이야기가 매장 유산을 통해 우리에게 전해지는 것이다. 앞으로도 이러한 매장문화재 발굴조사를 통해 또 다른 과거의 모습들이 드러나 우리에게 좋은 자료를 주길 바라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