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 영규대사의 가산사
Dr. Jung의 호서문화유람
신라 성덕왕때 창건된 것으로 전하는 가산사(佳山寺)는 옥천군 안내면 채운산에 있는 대한불교조계종 속리산 법주사의 말사이다.
절이 위치한 답양리는 은운리, 분저리와 함께 이름난 대청호변 오지중의 오지이다.
임진왜란 직전에 영규대사에 의해 중건되었으나, 곧 임란중 왜병에 의해 전소되었다.
다시 임란후 1624년(인조2)에 극락전과 목불상을 조성하였고, 숙종 때 호국사찰로 지정하여 조헌과 영규 두 의병장의 영정을 극락전에 봉안하였다.
이 영정들은 1910년 일제에 의해 훼손되었고, 또 1992년 화재로 인조때 조성한 목조아미타여래상도 소실되었다.
현재 영정각에 모셔진 두 분의 영정은 1974년 운보 김기창 작품의 모사본으로 원본은 국립현대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영규는 천여명의 승병을 모은후 가산사에서 전세를 가다듬어, 중봉 조헌(1544~1592)이 이끄는 천육백여 의병 그리고 방어사 이옥의 5백여 관군과 의기투합하여 1592년 8월 1일, 공방 끝에 청주성을 탈환하는 쾌거를 올리게 된다.
이 승리는 임란 최초의 육상전 승리로 기록된다.
이 전투로 왜군의 군량미 확보를 위한 전라도 병참기지화 전략은 크게 손상을 입게 된다.
청주성의 승전보를 듣고 당시 난을 피해 의주에 가있던 선조는 묘향산 보현사에 주석하고 있던 청허 휴정대사를 팔도 도총섭으로 위촉하고, 영규대사에게는 벼슬과 의복을 하사하였다.
하지만 이어진 8월 18일 금산 연곤평 전투에서 조헌과 영규의 의병과 승병 모두 왜적과 싸우다가 선조의 하사품이 당도하기도 전에 장렬히 순절하게 된다.
기허당(騎虛堂) 영규는 밀양박씨로 충남 공주에서 태어나 계룡산 갑사로 출가하여 후에 청허 휴정(1520~1604)의 문하에서 법을 깨치고 그의 제자가 된다.
공주시 계룡면에 영정각과 기념비, 묘가 있다. 또 1738년 밀양 표충사에 스승 청허 휴정과 도반인 사명 유정과 함께 제향되었다.
얼마전 옥천군은 가산사로 향하는 약 15Km의 `안내회남로'에 `영규조헌호국로'라는 명예도로명을 부여했다.
또한 가산사를 위시하여 인근에 있는 전적지 15곳을 연계하는 역사문화체험탐방로도 구상하고 있다.
한편 문화재청은 그간 조헌의 휘하 의병 700명의 공적만을 기렸다는 7백의총의 명칭에 대한 논란을 받아들여 사적 `칠백의총'에 영규를 중심으로 하는 800여 의승만을 위한 순의비를 따로 건립하겠다고 밝혔다.
가산사에서 안내회남로를 따라 북쪽 회남방면으로 조금만 이동하다 답양교를 지나면서부터는 보은군 회남면으로 바뀐다.
답양교에서 오리 정도 산길을 가다보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지에 있을 법한 `카페은운리'를 만날 수 있다.
은운리는 옥천군 안내면 답양리와 보은군 회인면 분저리를 잇는 오지마을이다. 이런 첩첩산중에 카페가 있다는 것이 자못 놀랍다.
카페는 2021년 9월경 오픈하여 젊은 주인장이 운영하고 있는데, 메인 블랜딩은 브라질 세하도 네추럴과 인도의 카피로얄을 반반 섞어서 쓰고 있다.
다크 초콜릿의 묵직한 달달함이 견과류의 맛과 함께 느껴지는 그런 맛이다. 카페를 나와 분저리로 향하는 길 날망에 있는 독수리전망대에서의 대청호 조망도 가히 일품이다. 날 좋은 봄가을, 멋지고 의미있는 나들이를 꿈꾼다면 `영규조헌호국로'를 한번 가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