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시간의 문앞에서
염신불구무병 (念身不求無病) 신무병즉탐욕역생 (身無病則貪欲易生)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마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다. 그러하니 `병고로써 양약을 삼으라.'
처세불구무난 (處世不求無難) 세무난즉교사필기 (世無難則驕奢必起)
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 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으면 업신여기는 마음과 사치한 마음이 생긴다. 그러하니 `근심과 곤란으로써 세상을 살아가라.'
구심불구무장 (究心不求無障) 심무장즉소학렵등 (心無障則所學等)
공부하는데 마음에 장애 없기를 바라지 말라. 마음에 장애가 없으면 배우는 것이 넘치게 된다. 그러하니 `장애 속에서 해탈을 얻어라.'
입행불구무마 (立行不求無魔) 행무마즉서원불견 (行無魔則誓願不堅)
수행하는데 마(魔)가 없기를 바라지 말라. 수행하는데 마(魔)가 없으면 서원이 굳건해지지 못한다. 그러하니 `모든 마군으로써 수행을 도와주는 벗을 삼으라.'
모사불구역성 (謀事不求易成) 사역성즉지존경만 (事易成則志存輕慢)
일을 꾀하되 쉽게 되기를 바라지 말라. 일이 쉽게 되면 뜻을 경솔한데 두게 된다. 그러하니 `여러 겁을 겪어서 일을 성취하라.'
교정불구익오 (交情不求益吾) 교익오즉휴손도의 (交益吾則虧損道義)
친구를 사귀되 내가 이롭기를 바라지 말라. 내가 이롭고자 하면 의리를 상하게 된다. 그러하니 `순결로써 사귐을 길게 하라.'
우인불구순적 (于人不求順適) 인순적즉심필자긍 (人順適則心必自矜)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주기를 바라지 말라.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주면 마음이 스스로 교만해진다. 그러하니 `내 뜻에 맞지 않는 사람들로서 원림을 삼으라.'
시덕불구망보 (施德不求望報) 덕망보즉의유소도 (德望報則意有所圖)
공덕을 베풀려면 과보를 바라지 말라. 과보를 바라면 도모하는 뜻을 가지게 된다. 그러하니 `덕을 베푸는 것을 헌신처럼 버리라.'
견리불구첨분 (見利不求沾分) 리첨분즉치심역동 (利沾分則痴心亦動)
이익을 분에 넘치게 바라지 말라. 이익이 분에 넘치면 어리석은 마음이 생긴다. 그러하니 `적은 이익으로서 부자가 되라.'
피억불구신명 (被抑不求申明) 억신명즉원한자생 (抑申明則怨恨滋生)
억울함을 당해서 밝히려고 하지 말라. 억울함을 밝히면 원망하는 마음을 돕게 된다. 그러하니 `억울함을 당하는 것으로 수행하는 문을 삼으라.'
이것이 보왕삼매론(寶王三昧論)이다. 수행 중에 나타나는 열 가지 큰 장애와 그것을 이겨내는 방법이다. 중국 원나라와 명나라에 걸쳐 살다간 선승 묘협(妙이 썼다. 그는 불교의 여러 수행법을 그 나름대로 섭렵한바 삼매(三昧)에 가장 쉽게 이를 수 있는 것은 염불수행이라고 여겼고 그래서 책도 썼다. `보왕삼매염불직지'이다. 여기서 `보왕삼매'는 삼매 중에서 염불삼매가 가장 보배롭고 최상이란 의미다. 이 책에 실린 십대애행(十大碍行)의 구절을 따로 뽑아 엮은 글이 보왕삼매론이다.
초전법륜(初轉法輪)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으시고 전에 만났던 다섯 수행자들에게 인도 녹야원에서 행하신 최초의 설법이다. 존재한다는 것은 괴로움이다. 괴로움에는 원인이 있다. 그 원인을 알면 괴로움을 멸할 수 있다. 이제 그 방법을 알려주겠다. 이것이 초전법륜의 주요다. 불교의 핵심 교의인 사성제(四聖諦)와 십이연기(十二緣起) 그리고 팔정도(八正道)가 여기서 비롯됐다.
석가모니 최초의 가르침은 괴로움이다. 불교에서는 이것을 고(苦)라 부른다. 여기서 괴로움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음이다. 존재하는 자체가 괴로움이니 바라는 마음마저도 버리라는 거룩한 가르침. 이 큰 가르침에 묘협은 사족을 붙인 것이다. 그래도 성공한 사족이다.
사는 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서글퍼 마라. 어차피 죽는 것도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