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에서 만나는 행복 13 - 러셀 2

2025-12-01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
러셀(Russell, 1872~1970)은 ‘행복의 정복’에서 불행만이 아니라 행복의 원인도 기술한다. 그는 세상에 가능한 만큼 폭넓은 관심을 두고 모든 것에, 우호적인 반응을 보이며 살라고 말한다. 자기중심적 사고와 생활양식에서 벗어나 세상에 대한 폭넓은 관심으로 ‘행복의 원천’을 늘리라는 뜻이다. 중요한 것은 행복의 원천을 늘리고 우호적인 태도를 높이는 것이다. 관심이 좁아지면 행복의 원천도 줄어든다. 샘이 하나면 가뭄에 대비하기 어렵지만 여러 개면 힘든 시기도 견딜 수 있다. 행복의 원천을 많이 만들고 그것과 우호적 태도를 가지라는 조언이다.  러셀이 주장한 첫 번째 행복의 원인은 ‘열정’이다. 행복한 사람은 열정이 있다. 다양한 취미와 욕구를 열정적으로 추구할 때 행복하다. 다만 무절제한 열정과 진정한 열정을 구분해야 한다. 현실을 고려한 절제 있는 열정이 행복의 원천이 된다는 것이다. 둘째는 ‘사랑’이다. 사랑은 열정을 촉진한다. 사랑받지 못하면 열정이 사라진다.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한 아이는 겁이 많아져 즐거운 모험에 나서지 못한다. 호혜적 사랑은 안정감을 높여 행복하게 만든다. 서로 기쁘게 사랑하고, 서로 억지로 노력하지 않으면서도 사랑을 주면, 행복해지고 세상을 더 흥미 있게 즐길 수 있게 된다. 호혜적 사랑이 행복을 가져다주는 최고 형태의 사랑이다. 셋째는 ‘가족’이다. 현대인이 느끼는 가장 큰 불만의 근본 원인을 가족 사랑의 부족이라고 본다. 부모가 되는 것은 삶에서 지속적인 행복을 얻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다. 부모의 사랑은 자녀에게 깊은 위로와 안정감을 준다. 강압적 태도를 버리고 인격을 존중할 때 자녀는 행복을 향한 바른길을 가게 된다. 넷째는 ‘일’이다. 과도한 노동은 고통이지만 적절한 일은 행복의 원천이 된다. 자기가 하는 일이 유용하고 전문적 기술이 요구된다고 생각할수록 즐거움과 행복을 느낀다. 이를 위해서는 인생을 전체적인 관점에서 보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해야만 하나의 지속적인 목적을 위해 살게 되고, 점진적인 만족감과 자존감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섯째는 ‘일반적인 관심’이다. 러셀은 행복의 원인은 자기와 직접 관련이 없는 것에 대해 품는 일반적인 관심이라고 말한다. 이런 관심은 여가를 채워주며 심각한 일에서 생기는 긴장을 이완시켜 준다. 자기 일에 대한 지나친 몰입을 예방해 삶의 균형을 잡아준다. 우리는 자신과 직접 관련된 일에만 관심을 집중하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내 일은 나에게 매우 중요하지만, 인류 전체 관점에서는 아주 사소할 수도 있다. 가치에 대한 과소평가가 아니라 자신을 평가할 때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당장의 걱정에만 몰두하지 말고 다른 곳으로 관심을 돌릴 수 있는 사람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슬픔과 걱정에서 일정한 거리를 두려면 다른 것에 관한 관심이 꼭 필요하다.  러셀은 행복은 저절로 오는 행운이 아님을 강조한다. 행복을 위해 필요한 ‘생각의 변화와 절제된 삶의 태도’로 노력을 통해 정복해야 할 대상으로 본다. 행복은 내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바깥 세계에 더 많이 존재한다. 세상에 대한 다양한 관심은 권태에서 벗어나 행복을 성취할 더 많은 기회를 얻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