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동욱
마동욱
  • 정인영 사진가
  • 승인 2019.01.15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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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를 말하다
정인영 사진가
정인영 사진가
 

전라남도 남쪽의 한복판 장흥은 예부터 전해 내려오는 신화와 전설, 역사의 아픔이 서려 있는 곳이다. 유치면이다. 이곳은 화순, 영암, 장흥군을 경계하는 삼계본에서 가지산과 용두산, 그리고 국사봉과 수인산이 호남의 3대강 중 하나인 탐진강과 함께 아름다운 풍광을 간직한 시골이다.

하지만, 댐이 건설되면서 유치면과 부산면 강진의 옴천면 일부 14개 마을 757세대 수몰민 2227명이 대대로 살아온 삶의 터전을 잃었다. 자연과 함께 살아온 주민들은 그로부터 유치향(옛이름은 곤미현)이라는 역사를 먼 역사 속으로 흘려보내고 타지로 뿔뿔이 흩어졌다. 산하와 바람의 흔적은 사라지고 없어졌지만, 지금도 생생하게 살아있는 보금자리와 사람들이 그대로 만나볼 수 있게 한 사람이 사진가 마동욱이다.

그는 장흥군 안양면 학송리에서 가난한 농부의 7남매 중 다섯째 아들로 태어났다. 1985년 소방관으로 공무원생활을 하던 중 미놀타 X-300 카메라를 구입, 소방 행사와 화재현장을 찍었다. 서울 중부소방서에서 광주소방서로 와 근무하던 중 장흥관련 책을 본 적은 있으나 크게 관심을 두지는 않았다.

고향 장흥을 찍기 시작한 것은 유치면 탐진강에 댐이 들어선다는 소식을 듣고서였다. 짐을 꾸려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1996년부터 유치면 일대 댐 수몰예정지구를 사진과 동영상으로 남기기 시작했다. 마을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닥치는 대로 찍고,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모습들을 필름에 담았다.

1992년부터 댐이 건설된다는 소문으로 유치면 일대 사람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댐 건설을 앞두고 주민설명회가 열리는 등의 움직임이 본격화되자 주민들의 반대가 거세게 일어났고, 전국의 환경운동가들이 찾아와 마을을 찾아다니며 안타까움에 여념이 없었다.

그는 물에 잠겨 사라지게 될 유치의 산과 마을, 그리고 나무들과 개울과 길을 찍었고 희귀식물과 벌레 꽃들, 물고기와 새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또 면면히 이어져 오는 마을행사와 농사짓는 일, 주름살이 깊고 머리칼에 서리가 내린 할아버지 할머니들, 외양간의 소와 돼지, 개, 고양이 등 모든 내용을 찍어 정리했다.

그는 죽어도 고향을 버릴 수 없다면서 목놓아 통곡하던 그 사람들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사람들을 다시 만날 수 있는 것은 일부 문화마을(새로 조성됨)에 입주한 주민들뿐이라고 했다.

1998년 그동안 작업한 댐 수몰예정지역 유치면의 모든 것들을 담은 `아! 물에 잠길 내 고향'을 책으로 세상에 내놓았다. 유치면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에 애석한 마음 금할 길 없다는 그는 유치면 일대를 샅샅이 돌아다니고, 살펴 찍고, 남긴 일에 후회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아쉬움이 있다면 무조건 댐을 만들어야겠다는 정부에 속수무책으로 자신들이 살던 곳을 등진 사람들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토로했다.

“태어나 단 한 번 산다는 생각 때문에 의미 없는 삶을 영위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는 비록 수많은 고통을 안고 한 일이지만 이에 못지않게 희망과 보람도 많았다고 술회했다.

그는 오늘도 매일 매일의 장흥을 찍는다. 그런 노력으로 사진집 `정남진의 빛과 그림자'와 `탐진강의 속살'이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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