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구스티누스는 플라톤의 철학을 기독교와 결합시킨 인물로서 기독교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철학자(신학자)이다. 그는 어린 시절 심심풀이로 못된 짓을 많이 했다. 먹지도 않을 수박을 심심풀이로 따서 버리는가 하면,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거나 희생을 하지 않는 이기적인 방식으로 살았다. 성장과정에서는 자신의 출세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았다. 우리로 치면 중학교 3학년인 16세 때에 하숙집 여주인과 통정하여 아들을 낳기도 했으며, 나이가 든 후에는 여염집 규수와 결혼을 해야만 자신의 출세가 보장되기 때문에 그동안 사귀어 왔던 아이 엄마를 버리고 10년 이상 어린 양갓집 규수와 약혼을 한다. 아우구스티누스가 고백하는 것처럼 기독교에 귀의하기 전, 그의 삶은 성적인 욕구에 사로잡혀 허덕대는 삶을 살았다.
그는 이 시절의 삶을 돌이켜보면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을 등한시하고 외부의 것에 정신이 팔려서 문제가 많은 삶을 살았다고 고백한다. 사실 누가 됐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지 않고 외부의 것에 혼이 팔리면 아우구스티누스처럼 개차반 같은 삶을 살게 되어 있다. 사람의 생각이라는 것이 묘해서 그냥 놔두면 항상 밖으로 향하게 되어 있다. 맛있는 것, 즐거운 것을 찾아다니고, 매력 있는 이성에 마음이 끌리게 되어 있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이렇게 사람의 마음이 외부에 끌리는 현상이 욕구(욕심)이다.`사람이 살기 위해서는 욕심이 있어야 돼', `욕심이 없으면 살아 있다고 말할 수 없어'라는 주장은 인간의 삶이 외부의 대상에 매일 수밖에 없다는 걸 잘 보여주는 말들이다. 인간의 생각이 외부에 쏠리는 현상을 그대로 놔두면 습관적인 욕구가 형성되어 반복적 행동을 하게 된다. 처음 핀 담배는 머리를 띵하게 만들지만 한두 번 피우다 보면 담배를 습관적으로 피우게 되며, 술을 마시기 시작한 사람은 습관적으로 계속해서 마신다.
습관적 욕구에 따라서 지속적으로 행동하다 보면 자신이 원해서 선택한 대상에 스스로가 매이게 되어 있다. 다시 말해 중독이 되게 되어 있다. 한 번 화를 내기 시작해서 습관적으로 화를 내다보면 화가 치밀 경우 스스로 통제 불능 상태가 되어 화를 내기 싫어도 화를 내게 된다. 언론을 장식하는 갑질하는 부유층의 화를 내는 녹취록을 들어보면 그 사람은 제정신이 아니다. 곧 정신적으로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있다. 담배를 습관적으로 피우다 보면 담배에 중독돼 담배 없으면 정서불안은 물론 신체적으로도 이상증상이 나타난다. 계속해서 술을 마시다 보면 알코올 중독자가 되고 한 번 빠진 도박의 재미에 헤어나지 못하면 도박중독자가 되어 패가망신하게 된다.
아우구스티누스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밖으로 향하는 의지가 욕구를 낳고 욕구를 제어하지 않으면 습관이 되고 습관화된 욕구는 충동을 낳게 되어 결국은 스스로를 충동의 노예로 만들어 버리게 된다. 그래서 그런지 욕구를 죽음에 이르는 길이라고도 부른다. 이상을 요약해보면, 살자면 욕구를 따라야 하고 욕구에 충실히 따르다 보면 결국 파국에 이르게 된다는 참으로 이상한 결론에 도달한다.
어떻게 하라는 걸까? 아우구스티누스에 따르면 자신의 생각을 밖으로 쏟아지게 내버려두지 말고 스스로를 향하도록 해야 한다. 곧 다른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를 들여다보면 탈출구가 찾아진다는 말이다. 다른 사람을 보지 말고 자신을 보라!
/충북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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