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하면 닿고, 원하면 결국 만나게 된다”고 하는군요.
나름 크다고 알려진 서점들을 찾았지만 재고가 없어 만날 수 없다가, 드디어 제 손끝에 닿았지 뭐예요. 저널리스트 김지수의 인터뷰집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말입니다.
천 년 이상 동안 축적된 `산전, 수전, 반전의 지혜'를 한 권의 책으로 만나고 싶은 분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평균 나이 72세의 어른들 16인과의 대화록이니, 시간의 무게로만 따져도 1,152년이 단 한 권의 책 안에 공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렇게나 묻지 않고, 허투루 흘려듣는 법이 없고, 다분히 시적인 어투까지 곁들여 맛깔 나고 간결하게 적어낸 김지수의 인터뷰 앤솔로지(anthology)는 엄청난 콘텐츠가 아닐 수 없습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물음에 “현재진행형의 삶으로 자기 인생의 철학자로 살자!”고 봄날에 만발한 꽃들처럼 화답하는 이 책을 통해 이 시대가 그토록 찾아온 `어른'의 모습을 그려볼 수도 있었습니다.
김지수의 관점으로 보자면, “거대한 자가(自家) 에너지로 반짝이는 행성 같은 존재로서 삶이 곧 증거가 되고, 성취의 업적에 압도당하지 않고 `일한다'는 본연의 즐거움을 오래 누릴 줄 알며, 또한 정직과 결핍과 특유의 다정함으로 산뜻하고 호쾌한 자기감정의 거장이라 불릴 수 있는 사람이 어른이다”고 말할 수 있겠군요.
김지수가 인터뷰를 통해 보여준 휴머니즘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질타가 아니라, 그만이 줄 수 있는 위로였습니다.
김지수는 불편했던 자기 삶의 거품을 뺐고, 어른을 찾아 간절히 궁금했던 시간을 잘 견뎌내고는 마침내 `싱싱한 수다의 리듬'을 활자로 옮겨 놓았던 겁니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 있는 독자 카드는 16장의 카드 중 하나였는데, 제가 만난 철학 카드는 기업가이자 미국 침례교 목회자이기도 한 하형록의 조언이 적혀 있었습니다. “이웃을 도와주세요. 내가 누군가에게 호의를 베풀면 그 호의가 언젠가는 나에게 되돌아옵니다.”
제게 꼭 필요한 말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심장이식을 기다리다가 더욱 절망적이었던 다른 환자에게 심장을 양보했던 적이 있던 하형록의 2017년 11월 인터뷰를 덕분에 조금 더 촘촘하게 들여다보게 되었죠.
하형록이 이끄는 건축설계회사 팀하스(TimHaahs)의 경영철학이 “우리는 이웃을 돕기 위해 존재한다”라는 것이 남다르기도 했지만, 그의 여러 말이 주는 힘은 대단했습니다.
“내가 `페이버(favor, 호의)'를 행하면 신이 그 희생을 기억하고 축복을 부어줍니다.”, “그냥 착한 일은 보통 사람이 다 하는 거예요. 희생이 있어야 감동을 줘요. 착한 일은 눈물이 안 나요. 희생해야 눈물이 나는 거예요.”, “내가 크게 희생하는 순간, 저 살겠다고 아등바등하던 사람들이 변해요.”, “번민이 올 때는 기도를 해요. 대부분 오래 걸리지 않아요. 더 희생하는 쪽을 선택하면 됩니다.”
어디 하형록 뿐일까요. 다른 15장의 카드 또한 많은 사람들에게 이미 달달한 안내자가 되고 있을 겁니다.
인터뷰집을 낸 김지수의 바람은 “이 땅의 모든 개별적인 인생 철학자들에게”라는 `작가의 말'제목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더군요. 우리들 모두는 너 나 할 것 없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개별적인 인생 철학자로서 살아가고 있다는 겁니다.
/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