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나타나는 자연현상을 연구하는 천문학은 과학의 대표적이며 가장 오래된 학문 중 하나이다. 여행자나 항해자는 나침반이 없었을 시기에 별자리를 길잡이로 사용했고 천체의 움직임을 이용해 시간 정보를 알아냈다. 이처럼 과거 천문학은 천체의 기원을 밝히고 물리량을 알아내는 현대의 연구 목적과는 다르게 일상생활에 밀접하게 연결된 실생활 속의 학문이었다.
밤하늘에 떠 있는 별을 직접 세어 본 경험이 있는가?
도심에서 맨눈으로 볼 수 있는 별은 몇 개 되지 않는다. 하지만 우주에는 셀 수 없이 무수히 많은 별이 존재한다. 우주에는 천억 개가 넘는 은하가 있고 각각의 은하에는 또 천억 개의 별이 있다. 대부분의 천체들은 지구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우리가 밤하늘 천체를 이해하려면 희미하게 보이는 빛이 주는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관측 기술과 기기가 발달하기 전에는 정보를 얻기가 어려웠다. 중세 시대 과학처럼 종교적 세계관에 기인해 관측 사실을 다르게 해석하는 경우가 빈번해 진정한 과학적 체계를 구성하기가 힘들었다.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동설이 천 년 이상 동안 천문학의 주된 패러다임으로 지지를 받았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코페르니쿠스는 태양을 중심으로 한 행성의 운동이 지구를 중심으로 한 운동보다 훨씬 단순하며 자연스럽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하지만 코페르니쿠스의 태양 중심 모델은 당시 급진적인 이론으로 상식에 어긋나고 당시의 패러다임이었던 천동설에 비해 부정확했으며 천문학적 현상을 견고하게 설명해주지는 못했다. 모든 진정한 과학이론은 자연현상에 대해 관측 가능하거나 측정 가능한 예측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만일 실험이나 관측 결과가 이론적인 예측과 일치한다면 그 이론은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더 큰 과학체계 일부로 편입된다. 이런 측면에서 코페르니쿠스의 사고는 종교적 세계관을 제외하더라도 천동설에 비해 더 명확하게 자연현상을 설명하고 예측하지 못했으므로 당시 주된 패러다임을 바꾸지 못한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의 전환적 사고와 발상이 이후 다른 연구자들에게 영감을 주었고 티코 브라헤, 케플러, 갈릴레이 등 천문학자들의 연구가 더해져 태양 중심의 행성 궤도 운동으로 받아들여지는 더 큰 과학체계를 만드는 데 중요한 시발점이 되었다.
언어학자들은 전통적인 생각에 반대되는 새로운 생각을 뜻하는 혁명(revolutionary)이라는 단어가 코페르니쿠스의 책 제목인 `천체의 회전에 관하여(De revolutionibus libri sex)'의 회전(revolution)에서 유래했다고 본다. 이처럼 고정관념을 깨는 코페르니쿠스적 사고와 연구과정은 우리로 하여금 현재 학교 교육의 방향과 방법에 소중한 시사점을 준다.
우선 학교 교육에서 코페르니쿠스의 사고처럼 자신의 주장을 소신껏 펼칠 수 있는 토론의 기회를 자주 제공해야 한다. 나와는 같은 생각이 아닐지라도 논리적이고 타당한 근거가 있는 주장으로 남을 설득시키며 다름을 인정하는 과정은 의사소통능력을 길러주는 좋은 방법의 하나다. 비록 정해진 답이 아니라도 토론과 협의의 과정 자체를 칭찬하고 독려해 주는 것이 옳을 것이다. 두 번째로 과학적 현상뿐만이 아닌 사회적 문제를 주체적으로 인식하고 해결책을 찾아가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학교 교육이 필요하다. 우리가 사는 삶이란 문제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의 연속이다. 코페르니쿠스가 기존 이론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해결하고자 노력했던 과정처럼 우리 교육에서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
올 한해 고3 담임교사를 하면서 밤하늘을 마주할 날이 많았는데 막상 고개 들어 여유를 갖고 하늘을 쳐다본 기억이 거의 없다. 2020년에는 새벽 동쪽 하늘에서 반짝이는 샛별이 주는 설렘을 맛보며 살기를 소망한다.
별별(星)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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