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든다는 건 그저 하나의 숫자가 의미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담고 있다. 그저 시간이 지난 것뿐인데 육체는 마음과는 다른 시간을 걸어간다. 서로의 다름을 조화시키는 건 쉽지가 않다.'
50대 중반을 넘어서니 육체와 마음이 다른 시간을 걸어간다는 말에 공감된다. 이 다름을 패션으로 조율해 보는 건 어떨까? 코로나 장기화로 우울감이나 무력감에 빠지게 되는 때에 자기만족, 기분전환을 위해 패션 테라피를 해도 좋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연령대에 따라 브랜드와 아이템이 구분되고 그 나이를 가늠하게 입는 것이 매너있는 옷차림이었다. 그러나 요즘의 2030이 즐겨 입는 룩을 7080이 입지 못할 이유가 없다.
모 방송의 `시민 참여형 시니어 패션쇼'의 시니어 모델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시니어들은 `노인다운'옷차림으로 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젊게, 자유롭게, 스타일리쉬하게가 그들의 모토다. 노란색 비니에 선글라스, 힙색과 트렌디한 운동화. 뒷모습만 보면 언뜻 젊은이로 보이는 올해로 84세인 캉(康) 할아버지는 젊은이 못지않은 스타일리쉬함을 개인 sns에 과시하며 수십만명의 팔로워로 징둥, 알리바바 등 대형 IT 기업의 이벤트, 광고 등 패션 인플루언서로 활동 중이다.
나이에 맞는 옷차림이란 일상에 만연한 코르셋 같은 것은 아닐까. 딸이랑 옷을 같이 입는 것, 사이즈만 허락된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나이가 들어도 스타일리쉬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믹스 앤 매치, 트위스트를 활용하는 것이다. 몇 해 전 한국 해외 여행객들의 등산복 차림이 논란이 되었다. 여행뿐 아니라 평상시에도 즐겨 입는 등산복 차림. 기능과 편리성 때문에 시니어들에게 스니커즈, 윈드브레이커 등이 일상복이라면 어떻게 패셔너블하게 승화시킬 것인가. 기존 단골 브랜드에 젊은 감각의 브랜드를 믹스 앤 매치하는 것이다. 패션기사를 참고하면 골프용 피케 셔츠와 스니커즈를 살랑살랑한 미디스커트와 입거나 우아한 코트에 등산 모자를 쓰는 것, 간극이 큰 옷인 경우에는 색상이 비슷한 톤의 소품을 추천하고 있다. 예를 들어 네이비가 들어간 베이스볼 캡과 데님 셔츠, 브라운 등산용 부츠와 베이지의 치노 팬츠…. 이러한 믹스 앤 매치가 익숙해지면 옷과 소품 대부분을 한 가지 스타일로 통일시키고 전혀 다른 분위기나 색상의 아이템을 더해 악센트를 주는 `트위스트'를 추천한다.
다음으로, 시그니처 아이템으로 스타일을 찾는 것이다. 미국의 전 국무장관인 메들린 올브라이트는 브로치에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았고 그녀의 시그니처 아이템은 브로치이다. 미국 부통령으로 당선된 카멀라 데비 해리스의 진주 귀걸이와 진주 목걸이는 우아하고 격식 있는 이미지를 표현하며 그녀만의 시그니처 아이템이다. 일본의 70대 패셔니스타 나이토 사오리는 특정 브랜드의 오버사이즈 캣 아이 선글라스를 쓴다. 자녀 결혼식의 축의금을 나무를 심는 데 기부한 환경운동가인 그녀는 어느 자리에서나 천으로 만든 에코백을 들고 나온다.
마지막으로, 나이가 들면서 익어가는 품격으로 자연스러운 변화를 녹여내는 것이다.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들 탈모나 주름, 잡티 등. 탈모가 문제라면 숱이 많아 보이는 스타일인 펌이나 커트할 때 머리 안팎에 층을 주어 볼륨 있어 보이게 한다든가 묶을 때 앞머리를 살짝 세우는 등 전략도 필요하다. 그러나 제인 버킨, 이자벨 위페르 등 나이 든 프랑스 가수, 배우들에게서 풍기는 자연스럽고 풍부한 표정에서 우아한 그들만의 아우라가 느껴진다. 패션뿐 아니라 유쾌하고 개방적인 태도, 어느 세대와도 소통 가능하고, 독립적이며, 작게라도 자신만의 전문 분야를 개척해 나간다면 어떠한 상황, 어떠한 룩에서도 스타일리쉬함이 묻어나게 되는 것이다. 옷장을 열고 나만의 스타일리쉬한 룩을 연출해보자.
패션 속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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