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절에서 하는 일? 인생 힘 빼기다. 욕심을 이루려고 악착같이 살아온 인간이 삶을 되돌아보며 내릴 수 있는 자연적 귀결이라고 본다. 삶에서 힘을 빼려면 첫째, 몸에서 힘을 빼고, 둘째, 마음(생각)에서 힘을 빼고 마지막으로 호흡에서 힘을 빼면 된다. 간단한 거 같지만 쉽지 않다. 이 중 가장 어려운 게 몸에서 힘을 빼는 일이다.
몸에서 힘을 빼 보자. 몸에서 힘을 빼려면 온몸을 훑어봐야(body scan) 한다. 그래서 몸의 해부학적 구조를 들여다보고 내 몸이 어떻게 생겼는지 살펴본다. 순환기, 소화기, 호흡기, 비뇨기, 근육 조직, 골격, 신경계 등을 두루 살펴본다. 사람의 몸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내 몸을 내 맘대로 조절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내 몸 중 나의 뜻대로 움직일 수 있는 건 어느 정도일까?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생명유지에 핵심적인 영역은 나의 뜻과 상관없이 작동한다. 호흡, 항상성 유지, 감각작용, 반사 신경 운동 등은 내 뜻과 무관하게 작동한다. 그걸 내 생각대로 움직이는 건 불가능하며, 엄청나게 정교한 전기 작용, 생화학적 반응이 결합되어 작동하기 때문에 인간 사유로 다 파악되지도 않는다. 따라서 나의 의지나 생각대로 나의 몸을 조절하고 통제한다는 건 가능하지 않다. 그리고 그렇게 하면 죽는다.
내 몸은 나의 자유의지(자율적 판단) 이전에 예측하고 작동한다. 인간의 자유의지가 세상을 바꾸는 원동력이 된다는 철학자들의 주장은 시대착오적이다. 과거의 철학자들은 인간의 행동이 개인의 주관적인 결정에 따라서 결정된다고 생각했다. 인간은 세상의 물리적 법칙을 어길 수 없는 나약한 존재이지만 생각하는 역량을 갖추고 있어서 위대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데카르트나 파스칼 같은 근대철학자들이 할 수 있는 말이다.
이들에 따르면 내가 결정하면 그에 따라서 뇌가 전기 신호를 우리의 근육과 골격에 보내서 우리가 움직이게 된다고 본다. 곧 우리의 뜻과 의지를 몸을 움직이는 원동력으로 본다. 과연 그럴까? 리벳(Benjamin Libet) 실험에 따르면 우리의 뇌가 무언가를 결정하기 전에 우리의 두뇌는 이미 결정을 위한 예비전기신호를 산출하고 그 전기 신호에 따라 우리가 결정을 하고 그에 따라 근육과 골격이 움직이게 된다. 곧 우리가 원하는(will) 바가 우리 행동의 기원이 아니다. 우리가 원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두뇌가 먼저 작동해야 한다. 곧 우리의 자유의지는 두뇌의 전기 신호에 따라 발동된 후속 결과인 것이다.
이 실험에 따르면 내 몸은 나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오히려 나의 뜻이 내 몸(두뇌) 작용의 결과물이다. 이게 무슨 뜻일까? 우선 우리의 의지 작용은 대뇌의 특정영역에서 담당한다. 곧 대뇌의 특정 영역이 활성화되어야 의지작용이 발동된다. 그리고 대뇌의 특정 영역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어디선가 전기 신호를 받아야 된다. 이는 우리의 의지 작용이 어디선가 보내는 전기 신호의 결과물이라는 걸 의미한다. 이게 무슨 뜻일까? 이 의미는 나중에 밝히기로 하고 우리의 주제로 돌아가 보자.
내 뜻은 내 몸(두뇌)의 전기신호에 따라 출현한다. 곧 내 몸을 내 뜻대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내 몸이 내 뜻을 산출한다. 특히 생명작용의 핵심적인 영역은 내 뜻대로 움직이면 안 된다.
그럼 내 몸에서 힘을 빼는 건 어떻게 가능할까? 일단 나의 의지에 따라서 내 몸에 힘을 빼면 안 된다. 의지 작용은 몸의 특정 영역에 힘이 들어가 있어야(활성화되어야)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힘을 빼려고 무언가를 한다는 건 애를 쓴다는 것이고 그건 힘을 빼는 게 아니라 힘을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몸에서 힘을 빼려면 힘을 빼려고 애쓰지 않아야 된다. 나이가 들면 억지로 애를 써도 인생이 뜻대로 되지 않는 걸 알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이다.
/충북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
김귀룡 명예교수의 인문학으로 세상 읽기
저작권자 © 충청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