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를 보았다.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우영우 변호사가 좋아하던 바로 그 고래, 혹등고래다.
혹등고래의 영어 이름은 Hump back whale, 말 그대로 등에 혹 같은 것이 있다는 뜻이다. 혹등고래의 등 모양은 조금 울퉁불퉁하고 모양도 투박하지만 성품은 온순하고 대체로 사람과 잘 지내기로 유명해서 바다의 수호천사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다.
혹등고래는 수면 위로 뛰어올라 몸을 비틀며 물보라를 크게 일으키는 점프 동작으로 꽤 유명하다. 그 동작을 브리칭(breaching)이라 하는데 브리칭과 같은 공중 동작을 하거나 공기구멍으로 공기를 내보내 큰 물보라를 내뿜거나 손처럼 길게 뻗은 지느러미나 꼬리로 수면을 때리는 등 혹등고래가 움직일 때마다 사람들의 탄성이 터졌다. 저런 우아한 생명체와 같은 별에서 산다는 것에 감탄하듯 말이다. 한두 마리가 아니라 여기저기서 수많은 고래가 공기를 내뿜고 꼬리치며 유영하는 장면은 평생 본 여러 아름다운 장면 중 손꼽힐 만큼 최고였다.
혹등고래의 주 서식지는 두 곳이다. 여름에는 먹이활동을 위해 크릴새우가 풍부한 극지방에서 주로 머문다. 여러 혹등고래가 함께 물거품을 일으켜 고등어나 정어리를 사냥하고 충분한 먹이 활동을 통해 지방층을 두껍게 쌓는다. 겨울이 오면 새끼를 낳고 키우기 위해 따뜻한 바다를 찾아 적도 부근으로 내려오는데 그 이동거리가 자그마치 5,000~9,000km나 된다. 몸이 큰 혹등고래가 시간당 4.8~14km 정도로 유영하는 것을 생각하면 그 거리가 얼마나 먼 것인지, 또 얼마나 오랜 시간을 걸려야 올 수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헤엄치는 것을 보고 있자면 슬로우비디오를 보고 있나 싶게 여유자적이다. 하지만 위협을 받았을 때는 시속 27km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고 한다.
새끼 고래는 피부에 지방층이 얇아 추운 극지방 바다를 견디기 어렵다. 겨울 바다의 수온이 섭씨 23도 정도 되는 아열대 바다가 새끼 고래를 키우는데 최적지인 셈이다. 그러나 아열대 바다엔 어미 혹등고래의 먹이가 전무하다. 수온이 높아 크릴새우가 살 수 없고 산호초 부근에 사는 물고기를 혹등고래는 사냥하기 어렵다. 포유류인 고래는 젖을 먹여 새끼를 키우는데 어미 혹등고래는 겨우내 아무것도 먹지 않고 하루 400~500리터씩 젖을 먹인다. 그러나 젖을 먹이는 것만으로 새끼 기르기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새끼는 혹등고래의 여러 동작들, 꼬리치기, 지느러미 움직이기, 잠수하기, 브리칭 등을 배우고 익히며 겨울을 난다.
우리나라 동해안에도 고래가 많았던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크기가 혹등고래와 비슷한 귀신고래는 세계적으로 두 무리가 있다. 캘리포니아와 극지방을 오가며 사는 캘리포니아 귀신고래, 오호츠크 해와 동해를 오가며 사는 한국 귀신고래. 그러나 한국 귀신고래는 1977년 1월 3일 울산 방어진 앞바다에서 발견된 후 종적을 감추었다.
2008년부터는 국립수산과학원에서 귀신고래 사진에 포상금도 걸었지만 아무 소식이 없다. 무분별한 포경도 원인이지만 온난화와 소리 공해를 포함한 환경의 변화도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혹등고래 보기 말미에 선장은 마이크를 바다 속으로 넣어 고래들의 노래를 들려주었다. 조용하게만 보이는 물속은 고래들의 노래방이었다. 여러 노래가 반복적으로 울려 퍼지는 콘서트장, 판소리 마당이었다. 고래들은 이렇게 서로를 확인하고, 짝을 찾는다. 여기서 노래를 배운 어린 고래는 다시 겨울이 되면 이 고향 바다에 와서 자기들만의 노래를 부른다.
2월 셋째 주 일요일인 지난 18일은 세계 고래의 날이다. 우리 동해에도 겨울 고래들이 넘실대기를 머나먼 이국땅에서 기도했다. 푸른 물결 사이로 어여쁜 꼬리를 우아하게 자랑하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교육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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