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觀相). 한 사람의 겉으로 드러난 얼굴 생김새 또는 그 생김새로 사람의 성격과 기질을 파악하는 점(占)을 말한다. 또 이것을 관찰하여서 사람의 운명을 판단하고 그 얻어진 결론을 가지고 추길피흉(趨吉避凶)의 방법을 강구하는 학문은 관상학이라고 한다.
동양의 관상가들은 관상학의 이대상전(二大相典)이라 불리는 마의상법(麻衣相法)과 달마상법(達磨相法)으로 공부했고 공부한다. 마의도사(麻衣道士)의 마의(麻衣)는 사시사철 늘 마로 만든 옷만 입고 살아서다. 그가 체계화 시킨 관상법이 마의상법(麻衣相法)이다. 그의 저서 마의상서(麻衣相書)에서는 사람의 얼굴에 12궁(宮)을 두고 그에 따라 상(相)을 분석한다. 인생 운명의 전반적인 부분을 여기서 찾고 분석하여 궁의 생김새에 따라 부귀빈천(富貴貧賤)을 살핀다. 재백궁이 어떻고 명궁 천이궁이 어떻고 한다면 그건 마의상법에 의한 해석이다.
서쪽에서 온 까닭과 다시 서쪽으로 간 까닭이 궁금한 중국 선종 초조 달마대사는 사람의 얼굴을 동물에 비유해서 상을 구분하고 그에 따른 동물의 기질과 행동유형을 사람의 성향으로 대입시켜 분석한다. 뱀눈이네 원숭이상이네 하는 해석은 달마상법(達磨相法)의 견해다.
이뿐 아니라 오행에 따른 체형인 체(體)도 살펴야 하고 얼굴의 기관인 귀, 눈, 입, 코 이목구비(耳目口鼻)에 눈썹까지 더한 이목구비미(耳目口鼻眉)인 오관(五觀)도 살펴야 한다. 얼굴빛 살피는 찰색(察色)도 중요하다.
허나 상(象)도 변하고 상(相)도 변한다. 인상도 관상도 변한다. 손금뿐이랴 발금도 변한다. 세월의 흐름으로 본인의 마음가짐으로도 본인의 행동으로도 변하기도 또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 상이다. 시술 수술 포함이다.
세계를 정복하기에는 손금이 짧다는 점술가의 말에 그 자리에서 칼을 꺼내 손금을 늘렸다는 알렉산더 대왕의 일화는 유명하다. 레오나르드 다빈치의 일화도 있다. 성당에 벽화를 그릴 때의 일인데 그는 소년 예수의 모델을 찾아다니다가 아름답고 착하게 생긴 소년을 발견하고는 그를 모델로 예수 그리스도를 그린다. 그리고 시간이 꽤 지나서 예수 그리스도를 배신한 자인 가룟 유다를 그려야 하는 일이 생겼다. 그러나 얼굴이 쉽게 연상되지도 그렇다고 적당한 모델을 찾지도 못해 한동안 그림을 완성하지 못하고 있던 어느 날 우연히 길에서 술에 취해 쓰러져 있는 인상이 매우 험악한 얼굴의 술주정뱅이를 발견한다. 그를 보자마자 가룟 유다의 모습이 연상이 되어 술주정뱅이에게 모델이 되어 달라고 부탁한다. 그러자 다빈치를 알아본 술주정뱅이는 반문한다.
“저를 기억하지 못하시겠습니까? 당신이 예전에 예수 그리스도를 그릴 때 제가 모델이었는데요”
백범일지에서 김구선생은 자신의 소년시절을 암울이었다 말한다. 그 시대는 글공부로 입신양명(立身揚名)하겠다는 말을 지나가던 개가 들었으면 웃었을 매관매직(賣官賣職)의 시대였다. 그런 세상에 염증을 느껴 사서도 삼경도 끊고 서당 향하던 발길도 끊고 두문불출하던 어느 날 풍수지리에 능하면 명당의 복록을 얻을 수 있고 관상에 능하면 선인군자를 만날 수 있다는 부친의 권유로 마의상서(麻衣相書)를 접한다. 그러나 책 펴놓고 읽어 내려갈수록 거울보고 얼굴 뜯어볼수록 자신의 상이 부귀(富貴)보다는 빈천(貧賤)에 가까운 거지상임을 알게 된다. 더러운 세상에 입신양명 길도 막혔는데 타고난 상마저 나쁜 것에 낙심하여 세상 등질 마음까지 먹는다. 선생이 성질 급하여 이 구절을 지나쳐 읽지 않았다면 우리는 그를 기억치 못했을 것이다.
관상불여심상 (觀相不如心相) 관상이 제아무리 뛰어나도 마음의 상은 따라 갈 수 없다.
그래서 그런가보다 필자는 얼굴 예쁜 여자를 좋아한다. 얼굴은 마음의 창이라 하지 않던가.
시간의 문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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