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씨구 씨구 들어간다. 어허 품바가 잘도 헌다.”
25회 음성품바축제가 지난 22일부터 26일까지 닷새간 음성읍 설성공원 일대에서 펼쳐졌다.
품바로 살면서도 베품과 인류애를 실천한 고 최귀동 할아버지의 고귀한 삶을 근간으로 한 축제다. 품바는 장터나 길거리를 돌아다니면서 동냥하는 사람이다.
음성품바축제는 7년 연속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관광축제와 9년 연속 충북 최우수 축제로 지정됐다.
문화관광축제는 관광자원, 지역 농특산물, 전통문화 등을 활용해 관광상품화한 전국 1200여 개 지역축제 중에서 문체부가 지정한 우수축제다.
문체부가 지정한 2024-2025 문화관광축제는 재지정 21개, 신규 4개 등 25개다. 충북에선 음성품바축제가 유일하다. 괴산고추축제는 예비 문화관광축제에 선정됐다.
수원화성문화제, 시흥갯골축제, 정선아리랑제, 한산모시축제, 영암왕인문화축제 등도 문화관광축제에 재지정됐다.
신규 축제는 고령대가야축제, 목포항구축제, 부평풍물대축제, 화성뱃놀이축제다.
1990년대 들어 농산물축제와 ○○아가씨 선발대회가 봇물을 이뤘다.
민선시대를 맞으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은 지역 농산물 판매에 경쟁적으로 나섰다. 젊은 여성들을 내세운 아가씨 선발대회는 농산물 판촉 활동을 위한 방편이었다.
30여 년 이어온 농산물 축제가 주춤하고 있다.
올해 문화관광축제에 지정된 신규 축제를 보더라도 농산물 축제는 없다.
일부 지역의 전통 문화제가 역사성과 지역성을 담보하지 않은, 지역 농특산물 판매를 위한 농산물 축제로 전락하면서 빚어진 결과이기도 하다.
요즘 충북 곳곳에선 봄축제가 한창이다.
5월 한 달만 해도 청주청소년한마음예술제, 청주가드닝페스티벌, 옥천 지용제, 청남대 재즈토닉페스티벌, 음성품바축제, 단양 소백산철쭉제, 영동 대한민국와인축제, 괴산빨간맛페스티벌, 보은 속리산축제 등이 펼쳐졌다. 이 가운데 지난 주말에만 5곳에서 진행됐다.
6월에 들어서도 충주 다이브 페스티벌, 청주 문화유산 야행, 증평 들노래축제가 이어진다.
한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7월에 잠시 쉬는 축제는 천문학에서 가을이 시작하는 입추를 전후한 8월 초부터 다시 기지개를 켠다. 이때부터 11월까지 20여 개 축제가 충북 전역에서 선보인다.
우린 곧잘 세계 유명 축제를 동경한다. 브라질 리우 삼바 축제, 독일 뮌헨 옥토버페스트 축제, 스페인 브엔올 라 토마티나 축제, 일본 삿포로 눈축제, 이탈리아 베네치아 카니발 등.
이들 축제는 오랜 역사성을 지니고 있다.
지자체나 특정단체가 하루아침 갑자기 제안한 축제가 아니다.
오늘날의 일부 지역 축제가 과연 전통문화예술을 계승한 역사성을 얼마나 간직했는지, 또 그것을 발굴하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곱씹어 볼 일이다.
2000년에 시작한 음성품바축제는 당시 지역에서 많은 비난을 샀다. 음성을 `거지 도시'로 만들 셈이냐는 것이었다. 남에게 빌어먹고 사는 거지는 15세기 문헌에 나오는 순우리말이다. 충청도에선 `그지'라고도 한다.
음성은 오웅진 신부와 최귀동 베드로의 만남에서 시작한 꽃동네가 있다. 가난과 고통으로 소외된 이들과 보잘 것 없는 이들의 보금자리인 꽃동네는 전국 최대 규모의 노숙인·장애인·노인 복지시설이다.
`거지 성자' 최귀동 할아버지의 숭고한 박애정신을 축제에 접목했다. 지역성을 살린 콘셉트가 축제 성공의 비결이다.
화요논객
저작권자 © 충청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