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공공은행 공론화
지역공공은행 공론화
  • 이재표 '미디어 날' 공동대표
  • 승인 2024.06.03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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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논객
이재표 '미디어 날' 공동대표
이재표 '미디어 날' 공동대표
 

국회의원은 입법으로 자기 존재를 입증해야 한다.

말 잘하는 사람, 패거리 대결에서 싸움 잘하는 사람을 뽑는 게 아니다.

유권자들과 당원들이 팬덤이나 혐오를 잣대로 `묻지 마 투표'를 하는 경우도 적잖지만 말이다.

어쨌든 22대 국회의 시간이 시작됐다. 얼굴이 모두 바뀐 청주의 초선 의원 네 사람은 어떤 입법 능력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1호 법안으로 이들의 내공을 가늠해 본다.

일단 꼭 필요한 법안을 내는지, 국민의 지지와 동료 의원들의 공감을 얻어 상정과 가결에 이를 수 있는지 잘 살펴보자는 얘기다.

참고로 지난 21대 국회에서는 총 2만5849건의 법률안이 발의됐지만, 이 가운데 9455건만 처리됐다.

법안처리율은 36.6%로 지난 20대 국회 37.8%보다 낮았다. 사실 더 중요한 것은 처리한 법안의 질(質)이다.

한 주에 한 사람씩 살펴보겠다. 먼저 송재봉(청주 청원, 민주) 의원은 지역민들에게 금융 복지 혜택이 돌려줄 수 있는 `지역공공은행 설립법'을 첫 대표 발의 법안으로 꼽았다.

송재봉 의원은 “지역공공은행이 기존 금융시스템과 다른 시스템으로 지역자본의 역외 유출을 막고, 지역경제 시스템 전반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1971년 설립한 충북은행이 1999년 IMF 금융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조흥은행에 합병됐고, 지금은 조흥은행마저 2006년 신한은행과 통합한 상황에서 이제 와 `웬 지역은행 타령이냐'는 말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런가 하면 부산이나 대구, 광주, 경남, 전북, 제주은행 등 아직도 지역은행 브랜드가 살아있다는 점에서 `우리도 다시 만들어야지' 하는 바람이 표출될 수도 있다.

지역공공은행은 단순히 지역 이름만 붙인 은행이 아니다.

`공공'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만큼 만드는 방법도 역할도 기존 은행과 다르다.

구체적으로는 지자체가 출자·설립하고 당연히 지자체 금고를 수탁한다.

이를 기반으로 일반은행처럼 신용 즉, 대출 기반을 마련하고, 지역 시민사회가 은행 의사결정을 주도한다.

대출 대상이나 금리 수준도 지역 공공성을 기준으로 결정한다.

현행 은행법은 지자체가 은행 주식의 15%까지만 출자할 수 있도록 제한하기 때문에 지역공공은행을 만들려면 법 개정 또는 특별법 제정이 우선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꿈같은 얘기지만 외국에는 성공한 선례가 적지 않다.

미국, 캐나다, 독일 등은 물론이고 가까운 일본에도 `도쿄도립은행'이 있다.

5대 시중은행과 그 금융지주회사들은 높은 이자율로 수십조 원의 당기순이익을 벌어들이면서 여론의 비난을 피해서 희망 퇴직금을 높이고, 1억1000만원 대의 평균 연봉을 책정하는 동안, 지역의 영세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은 매출 부진과 고금리로 고통받고 있다.

결국 금융배제나 지역 경제의 위축, 지방소멸 등에 대응하기 위해 지역공공은행은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2020년 지방선거에서 유정복(국민의힘) 인천시장이 공약으로 내걸었고, 전북, 제주 등의 지방의회나 시민사회에서도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그만큼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얘기다.

5대 시중은행은 그동안 나눠 먹었던 지자체 금고 수탁 등을 빼앗길 수 있으니 달갑게 생각할 리 없다.

하지만 1991년 지방의회 부활, 1995년부터 기초·광역단체장 직접 선출 등 30년의 경험을 축적한 만큼 이제는 경제자치 차원에서 지역공공은행을 공론화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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