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Retro)” 열풍이 식을 줄 모르고 계속되고 있다. 20세기 말 추억을 되살렸던 tvN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가 공전의 히트를 거둔 것이 벌써 10여년 전이지만, 지금도 복고에 대한 대중적 관심은 끊이지 않고 오히려 다양한 분야로 전파되었다. 식품업계에서는 과거 히트했던 상품들을 다시 재출시하거나 옛날 포장 패키지를 살린 한정판 제품을 내놓았고, 곰표밀맥주, 미원라면 대중적으로 친숙한 브랜드를 새로운 상품과 결합하여 출시하는 뉴트로(Netro) 상품들도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과거를 그리워하는 문화적 현상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폴란드 사회학자 지구문트 바우만(Zygmunt Bauman)은 이 현상에 대해 사람들이 “아직 발생하지 않아 존재하지도 않는 미래에 의지하는 대신에 잃어버렸고 뺏겼으며 버려졌지만 아직 죽지 않은 과거에 비전(vision)이 존재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 하였다. 즉 대중은 불안한 현재의 삶 속에서 과거를 복원하여 희망과 위안을 얻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반면 과거를 접하지 못한 젊은이들에게 레트로 문화는 `상상된 과거'로서 새롭고 트렌디하고 힙한 문화로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처럼 “추억”은 현대 사회를 이끌어가는 하나의 문화자산이 되었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근현대 문화유산들이 있다. 그 존재만으로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장소 혹은 건축물들이 하나씩 근현대 문화유산으로 지정되고 있으며, 이를 활용한 문화콘텐츠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1925년에 건축한 서울역을 리모델링하여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난 `문화역서울284'와 최근 MZ세대의 핫플레이스로 각광받고 있는 `경동 1960 스타벅스' 등을 들 수 있다. `경동 1960 스타벅스'는 1960년대 지어진 경동극장을 2022년 스타벅스가 리모델링하여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탄생시킨 장소로, 오픈런을 해야 입장이 가능할 정도로 인기가 뜨거웠던 곳이다.
이런 근현대 문화유산이 어디 서울에만 있을까? 충청북도에도 추억을 가득 머금은 근현대 문화유산이 다수 남아있다. 충청북도청 본관을 비롯하여 32건의 유산이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충주역 급수탑을 비롯한 5건의 유산은 충북 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상태이다.
뿐만 아니라 2022년 국가유산청이 실시한 역사문화자원 조사에 따르면 1975년 이전 조성되어 보존할 가치가 있는 건조물이 도내 3,801개소나 남아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러한 근현대 문화유산이 단순한 과거의 산물을 넘어 현대와 미래를 아우르는 문화자산으로 재탄생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준비와 접근이 필요하다. 단순히 이슈몰이를 위한 활용은 자칫 문화유산이 가진 의미와 역사를 왜곡할 수도 있다. 일본의 사도광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 유산에 담고 있는 역사를 숨기고 왜곡했기 때문이다. 유산의 가치가 제대로 담기지 않는다면 아무리 화려하게 치장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단순한 리모델링 공사에 불과한 것이다.
올해 5월 국가유산법 체제가 출범하면서 기존의 문화유산과 별개로 근현대문화유산을 다루는 “근현대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으며, 올해 9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충청북도도 근현대 문화유산 조례를 준비하고 있으며, 근현대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활용하기 위한 계획도 수립 중에 있다.
유산은 한 세대가 다음 세대로 전하는 가치있는 것들을 말한다. 근현대 문화유산은 지금 우리가 혹은 우리 부모님, 조부모님이 살았던 삶의 흔적이며 미래 세대로 전해야 하는 가치들이다. 근현대 문화유산이 추억을 뛰어넘어 우리 세대의 가치로서 온전히 전해질 수 있도록 도민 모두가 관심을 갖고 주변을 살펴볼 때다. 그렇게 오래된 추억은 유산이 된다.
충북의 문화유산 이야기
저작권자 © 충청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