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산을 향해 가는 셔틀버스가 산길 따라 꼬불거린다. 멀미를 하지 않는 체질인데 오늘따라 속이 울렁거린다. 안전벨트를 했는데도 몸이 이리저리 뒤틀린다. 꾸불꾸불한 낭떠러지 산길을 달리는 운전기사의 모습이 예사롭다.
토가족의 군인들이 지도자인 향대곤을 왕천자라 부르면서 원래 이름인 청암산을 천자산이라 칭하게 되었다 한다. 굽이진 산길을 30여분 달려 버스는 첫 탐방지인 화룡공원에 도착했다. 멀미로 뒤집어진 속을 달래며 화룡공원을 향했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다양한 모습의 산봉우리들이 하늘을 찌를 듯 우뚝 솟아 신묘하다.
황제가 던진 붓이 거꾸로 꽂혔다는 어필봉(御筆峰), 선녀가 꽃바구니를 들고 꽃을 뿌리는 형상의 선녀산화(仙女散花), 봉우리의 기세가 마치 황제를 호위하는 천군만마 형상의 무사순마(武士馴馬) 등 자연이 만들어 놓은 경이로운 예술작품에 감탄사만 연발하였다. 천자산 감상을 뒤로하고 다음 탐방지를 향해 셔틀버스에 승차했다.
셔틀버스는 아찔한 산길을 곡예 하는 듯 아슬아슬 달려 원가계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려 잔도를 따라 굽이굽이 펼쳐지는 봉우리가 걸음을 잡는다. 느려진 걸음을 재촉하는 가이드의 일성에 잰걸음으로 걸어 천하제일교에 다다랐다. 자연이 만들어 놓은 지상에서 제일 높은 다리란다. 아찔한 높이의 하늘다리에서 산봉우리를 바라본다. 다양한 형상의 봉우리가 나를 향해 달려드는 듯한 환상에 온몸이 휘청거린다. 아찔한 탄성을 뒤로하고 후화원으로 향했다.
영화 아바타의 모티브가 된 건곤주 봉우리 앞에는 나비족 형상의 조형물과 전망대가 설치돼 있다. 영화 아바타는 나비족을 통해 자연과의 공존의 중요성을 강조한 작품이다. 나비족은 자연을 단순한 자원이 아니라 생명과 연결된 신성한 존재로 보았다. 인간의 탐욕과 환경파괴의 위험성을 경고한 영화를 감상하면서 자연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된 계기가 됐다.
아바타 영화의 장면을 생각하며 걷다 보니 아름다운 절경에 정신을 잃는다는 미혼대다. 살면서 정신이 혼미하도록 절경의 극치를 마주한 적이 있었던가. 후화원의 아름다움에 두근대던 심장이 미혼대 풍광에 격하게 요동친다. 거대한 바위와 엄청난 높이의 봉우리가 비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미혼대의 절경에 감탄사를 연발하며 사진을 찍는 일행에게 가이드는 당나라 때 시인 두보는 천자산의 신비로움을 “어찌 이럴 수가 있느냐, 보고도 모를 일이다.”라고 했단다. 비현실적 모습을 보면서 두보의 심정을 헤아려 보았다.
나도 눈앞에 펼쳐지는 장관을 미처 바라보기조차도 벅차고 힘이 들었다. 비경을 글로 어찌 표현해야 할지 무슨 말로 나타내야 할지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부족한 나의 필설이 막연하다. 천자산이 품은 산세를 말과 글로써 표현함이 모자라고 카메라에 담기도 부족했다. 기묘한 여러 형상의 높은 봉우리가 카메라 앵글에 다 잡히지 않았다. 카메라 성능이 아무리 좋아도 실상을 눈으로 보는 만 못하다.
천자산 매표소 출구까지 계곡을 따라 내려오는 길 끝없이 펼쳐지는 풍경에 마음이 절로 정화된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계곡의 경치는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자연이 만든 거대한 산수화다.
천자산이 품고 있는 신비한 자연 속을 걸으면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영화 아바타를 통해 현대인에게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곱씹어 본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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