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3일 취임 한달을 맞았다.
그는 “그동안 당의 체질을 개선하고 체력을 보강하고 당과 정치의 목표를 숙고하고 정비하고 조정하는 일을 했다”고 자평했다.
그는 당내 친윤 세력의 견제에도 불구 당직에 측근을 포진시켜 친정 체제를 구축했다. 일단 당의 구심점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민생 이슈에 집중해 취약층 전기요금 추가지원안 등 대안을 제시하는 역량을 보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양극화 해소를 목적으로 출범시킨 `격차해소특위'도 호평을 받는다. 하지만 `당의 체질을 개선하고 체력을 보강했다'는 대목에선 의문부호가 찍힌다.
한 대표 취임과 동시에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것은 채 상병 특검법 발의 여부였다.
그는 대표 경선 과정에서 누차 “공수처 수사와 상관없이 대법원장 등 3자가 특검을 추천하는 방식의 채 상병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공언했다.
득표율 62.84%의 압승을 이끌어낸 결정적 한 수로 평가된다. 하지만 지금까지 진전된 게 전혀 없다보니 당대표 선거용 아니었느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당내에선 감당할 수 없는 약속으로 야당의 공세에 힘만 실어줬다는 핀잔이 터진다.
대통령실은 물론 당내 절대다수 의원이 결사 반대하는 사안이기는 하다. 게다가 취임 한달 밖에 안된 그에게 쾌도난마 식 해결을 재촉하는 것은 가혹한 주문일 수 있다. 하지만 징병제 국가에서 병사의 억울한 죽음은 세대와 진영을 초월한 공분을 살 민감한 사건이다. 한 대표가 이 건만큼은 특검을 수용해야 한다고 작심한 이유도 사안의 특수성 때문일 것이다.
채 상병 순직에 얽힌 의혹들이 해소되지 않으면 앞으로도 오랫동안 당은 물론 한 대표 자신을 따라다닐 족쇄가 될 공산이 높다. 민주당이 세차례나 특검법을 시도하며 집중적인 공세를 펴는 이유이다. 이젠 야당이 한 대표가 제안한 방식의 특검법을 받겠다며 발의를 촉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발의하지 못하면 대국민 사과하고 사퇴해야 한다”고 공격한다. 채 상병의 죽음이 1년을 훌쩍 넘기며 “당내 의견을 수렴 중”이라는 핑계도 더 이상 시효를 누릴 수 없게 됐다.
어제 열려던 한 대표와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양자 회담이 이 대표의 코로나 확진으로 미뤄졌다. 한 대표는 사전 실무협상 과정에서 생중계를 고집하며 자신감을 과시했다. 여당 대표로서 꽉 막혀버린 정치 복원의 물꼬를 틀 대표 회담에 적극성을 보인 점은 높이 살만 하다. 하지만 회담에서 국민의힘 바람대로 금투세 등 감세정책과 민생 이슈만 다뤄질 리 없다. 한 대표의 아킬레스건인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해명과 입장을 요구받을 게 뻔하다. 회담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국민에게 각인시킬 기회를 잡을 지, 구차한 변명으로 민심과 당심을 농락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지는 이에 대한 답변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대표는 비대위원장 시절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에 대해 “국민들이 걱정할 만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표 취임 후에도 검찰의 김 여사 비공개 조사에 대해 “국민 눈높이를 더 고려했어야 했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러나 최근 검찰이 무혐의 결론을 내렸을 때는 달랐다. “사법적 판단은 팩트와 법리에 관한 것”이라는 간단한 논리로 촌평했다. 국민 눈높이를 언급하며 실망한 민심을 달래던 이전의 화법이 아니었다.
한 대표는 두 가지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하나는 그를 지지한 압도적 민심과 당심은 정부·여당의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라는 명령에 다름 아니라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대통령실의 개입과 경쟁 후보들의 집중공세를 떨치고 대표 선거에서 압승한 후 그 스스로 절감했을 것이다. 최종적인 키는 민심, 즉 국민이 쥐고있다는 사실이다. 대표 회담에서 자칫 독이 될지도 모를 생중계라는 형식에 매달릴 게 아니라 “한동훈에게 속았다”며 낙심하는 지지자들의 믿음을 회복할 내용에 골몰해야 한다는 말이다.
충청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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