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9일은 일본 제국에게 국권을 빼앗겼던 `경술국치(庚戌國恥)'일이었다. 경술국치는 경술년인 1910년에 강제 체결된 `한일병합조약'을 국가적 치욕으로 일컫는 말이다.
우리 민족은 강제로 국권을 빼앗긴 이후 해방을 맞은 1945년 8월 15일까지 36년간 일제강점기 속에서 온갖 고통을 감내하며 암흑기를 보내야 했다.
일본은 위안부 강제 동원, 강제징용, 수탈, 인권 말살 등 식민 통치 36년간 자행한 역사적 사실을 여전히 왜곡하고 있고, 집요할 정도로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억지 주장을 부리고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일본이 독도를 탐내고 역사적 망언을 일삼자 `버르장머리를 고쳐 줘야 한다'고 역정을 냈고, 김대중 대통령은 일본 내각으로부터 위안부,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사죄를 받아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일본이 독도를 도발하려고 하자 `만약 일본 배가 독도에 침범하면 박살을 내라'고 명령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의 경제 보복에 강력히 맞대응하면서 `NO JAPAN' 국민 운동을 이끌어냈다.
그런데 작금의 대통령께서는 몇 차례나 일본을 국빈 방문하고도 일제강점기에 자행된 위안부 동원, 강제징용, 독도 문제 등에 대한 언급은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되레 강제징용 배상금은 국내 기업에 우선 떠넘겼고, 핵 오염수, 사도광산 문화유산 등재 문제 등도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등 굴욕적인 모습만 보였다.
물론 외교 문제는 민감한 사안이라 그럴 수 있다. 그러나 독도가 우리 땅이라고 자신있게 말하지 못하고 대한민국이 일제강점기로 근대화가 됐다고 주장하는 인사들, 위안부 강제 동원 문제는 개인적인 사건이고 일본과 우리나라는 자유주의 동맹국이며 일제강점기에 우리 국민들의 국적은 일본이라고 망언을 서슴지 않는 인사들을 국사편찬위원장, 한국학중앙연구원장, 독립기념관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등 역사 관련 기관의 수장으로 줄줄이 앉히고, 방송통신위원장과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로 임명해 국민들에게 충격을 던져 주고 있는 국정 이념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를 않는다.
이들 논란의 요직 인사들은 조국 독립, 순국선열, 애국지사 유족들과 후손들은 물론 많은 국민들로부터 뉴라이트 또는 친일파 세력으로 회자되어 왔던 인물들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지난 경술국치 114주년 기억행사에서 임헌영 전 민족문제연구소장은“옛날 친일파들은 국토와 국권을 팔아먹었지만 지금의 친일파들은 민족혼을 팔아먹는다. 국토와 국권은 빼앗겨도 민족혼마저 사라지면 나라는 영원히 망한다. 옛날 친일파들은 자신들이 잘못한걸 알고 부끄러워 했다. 그러나 지금의 친일파들은 인간의 본성에서 나오는 측은지심(惻隱之心), 수오지심(羞惡之心), 사양지심(辭讓之心), 시비지심(是非之心)이란 선천적이고 도덕적인 네 가지 마음씨와 인간의 본성에서 표현되는 기쁨, 노여움, 슬픔, 두려움, 사랑, 미움, 욕망이란 일곱 가지 감정 즉, 사단칠정(四端七情)이 없는 변종 바이러스다”라고 성토했다.
우리 민족에게 일제강점기는 역사적 재앙이었고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치욕의 시대였다. 그런데 현 정부는 재앙이었고 치욕적이었던 일제강점기 시대를 대한민국 역사에서 애써 지워버리고 싶어 안달이 난 것처럼 비춰진다.
엊그제 역대 최강급 태풍 `산산'이 과거 우리 민족에게 36년간 고통을 안겨준 일본을 할퀴고 지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필자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하지만 경술국치일에 조기 한 장 걸리지 않는 이 나라를 보는 마음도 산산이 부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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