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님과 기자놈'을 읽고
`기자님과 기자놈'을 읽고
  • 노영원 현대HCN충북방송 대표
  • 승인 2020.07.09 1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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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원이 본 記者동네
노영원 현대HCN충북방송 대표
노영원 현대HCN충북방송 대표
 

#지난달 15일 향년 56세로 세상을 떠난 김세은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남긴 칼럼을 읽었습니다.

김 교수가 쓴 `기자님과 기자놈'이라는 칼럼은 30여년 동안 제가 느꼈던 기자사회 문제의 핵심을 정확히 짚었습니다.

그는 이 칼럼에서 한국 언론의 `구별 짓기'와 `파당 만들기'가 결국 언론 신뢰도를 하락시켰다고 지적했습니다.

기자들의 피아 구분 즉 내편과 상대편 가르기는 학연과 지연이라는 절대 보편적 기준에 더해 진보와 보수. 신문과 방송, 전통매체와 인터넷, 중앙언론과 지방언론 등으로 끝없이 이어지고 나아가 심리적 응집과 단결을 통해 무수한 파벌 만들기로 귀결되는 양상이 언론 신뢰도를 추락시켰다는 것입니다.

보수신문과 진보신문의 대결구도 속 종편 채널이 출범하면서 똑같은 팩트라도 전혀 다르게 보도하는 것이 이제는 낯설지 않습니다.

이 과정에서 신문 독자와 시청자까지 편을 가르는 것이 어느새 당연시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다른 편 입장을 대변하는 언론은 믿지 않고 우리 편 언론만 신뢰한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특히 이 같은 피아 구분을 통해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기자들과 그 기득권을 무너뜨리려는 기자들의 모습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곳곳에서 벌어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저는 언론 관련 시민단체들이 비판하는 기자들의 문제에 대해 선뜻 수용하지 못한 적이 많았지만 김 교수의 지적에 대해선 공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는 충북도내 고등학교 중 전국에 가장 널리 알려진 학교 출신이라는 기득권에 기대어 기자로 성장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서울은 대학이라는 학연을 내세워 성장하는 기자들이 많은 반면 지방은 고교 학연이 힘을 발휘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또 일간지와 통신사 기자 시절엔 인터넷 매체 또는 주간지 매체와의 편 가르기에 암묵적으로 동조한 바 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 충북지역 주간지인 C사 기자들과 자주 만났고 현재도 그 회사 출신 기자 중 두 명은 가깝게 지내고 있지만 매체별 편 가르기에선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지금은 기자가 아닌 대기업 계열 방송사 경영자인 만큼 이 같은 편 가르기는 무의미한 상황이 됐지만 언론의 `구별 짓기'를 통해 신뢰도를 하락시키는 데 일조했다고 반성합니다.

#김 교수는 기자님과 기자놈의 기준으로 투명성과 공정성을 지적했습니다.

그는 “기자도 사람이고 세상이 다 그런 것 아니냐고 하지 말자. 권력과 금력에 휘둘리는 검찰과 경찰을 감시하고, 돈 받고 답안을 고치게 해주는 교사를 비판하려면 기자는 달라야 한다. 그래야 `기자님'이다”라고 일갈했습니다.

김 교수는 기자들에게 특별히 요구되는 소명의식과 윤리의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지만 저는 “목구멍이 포도청이었다”라는 변명으로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기자들의 모습이 기사를 쓰게 되면 팩트에는 관심이 없고 그 배경에 대해 추측이 난무하는 상황을 불러왔습니다.

물론 기자들에게 성직자 수준의 윤리의식과 소명의식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무리한 주장이고 성직자까지 일부의 일탈행위가 도마 위에 오르는 상황에서 “사람 사는 세상이 다 그렇지”라고 반박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김 교수의 칼럼에 대해 솔직히 부끄러워할 줄은 알아야 한다고 봅니다. 제가 그동안 잊고 살아왔던 잘못을 반성하게 해 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현대HCN충북방송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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