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이리도 예뻤었나'할 정도로 코로나로 먼 여행을 하기가 어려워서인지 아파트 내의 화단의 꽃이 유난히 더 예쁘게 눈에 들어온다. 돌담 사이로 피어난 하얀 꽃, 붉은 꽃…. 여러 빛깔 영산홍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주말 가까운 대청댐 주변을 산책하려니 잔디밭 광장에 가족단위 나들이 나온 사람이 군데군데 보인다. 유난히 눈에 띄는 건 작은 여자 아이는 깔아놓은 매트에 앉아 혼자 놀고 있고 아기 아빠인 듯한 젊은 아빠는 드론 날리기 재미에 흠뻑 빠져 있는 모습이다. 전에 미국에서 한 달간 지내면서 주말이면 넓은 잔디밭 광장에서 아빠와 아이들이 야구복을 차려입고 여럿이 모여 야구를 하는 가족을 보며 부러운 생각이 들었었다. 그때만 해도 우리 아빠들은 주중에 돈 벌어오랴 바쁘고 주말엔 피로를 푸느라 가족과 시간 보내기 어려웠다.
부지런한 젊은 엄마들은 아이들에게 이런저런 체험이라도 해보게 하려고 아빠 없이도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곤 했었다.
요즘은 젊은 아빠들이 육아휴직도 받고 주 5일제가 되면서 나름 자신을 위한 취미생활도 하게 된 것 같아 다행이다 싶다. 법인을 잠깐 운영하면서 직원을 둔 적이 있다. 그런데 매달 인건비 주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 것을 알게 된 이후로 기업인들이 대단해 보인다. 물론 지금도 악덕 기업인들이 있어서 욕을 먹기도 하지만 사원을 가족처럼 생각하고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가능케 하는 작은 기업이든 대기업이든 기업을 운영하는 분들이 그렇게 위대해 보일 수가 없다.
새해가 들면서 기업인들의 이미지를 분석한 것이 있다. 기업 리더의 패션스타일이 그 기업의 주력 사업이나 기업문화를 반영할 때가 많다. 기업 리더의 이미지는 기업 비전을 전달하는 소통 수단이 된 것이다.
현대차그룹 정 회장은 부회장 시절 청바지에 스니커즈, 흰색 티셔츠를 입고 신차 발표회에 등장해 보수적인 기업 문화에 변화를 주려고 시도했다. 공식 석상에서 정장을 입을 때 늘 은은한 광택의 메탈릭 소재 넥타이를 매고 짧은 머리 모양, 금속 테의 안경으로, 현재 힘을 쏟고 있는 전기차, 수소 연료전지차, 자율주행차 등의 이미지에 맞게 미래 지향적이면서 차분한 분위기로 이미지 메이킹을 하고 있다.
SK의 최 회장은 기업문화를 바꾸려는 의지를 의상을 통해 표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타이에 줄무늬 셔츠나 상하 아이보리색 정장으로 틀에 박힌 사고에서 벗어나 계열사 전체의 복장을 비즈니스 캐주얼로 바꾸면서 새로운 변화를 지향하는 경영철학이 묻어난다.
LG그룹을 이끄는 구광모 대표는 인공지능(AI)을 비롯한 모빌리티,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전환하는 데 주력하면서 구 대표의 이미지는 빌 게이츠의 스웨터와 셔츠, 스티브 잡스의 검은 터틀넥과 청바지,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의 라운드 니트와 일론 머스크의 노타이와 재킷 등으로 미국 실리콘밸리의 정보기술(IT) 창업자를 연상케 한다.
기업의 명칭이나 심벌마크, 로고 등으로 시각적인 기업이미지를 표현하지만 기업의 기본 이념이나 윤리, 조직원이나 기업의 구체적인 시장활동에 의해 복합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기업 이미지다.
며칠 전 모기업이 납품업체들에 대해 판매 장려금을 받아 챙기고 경제적 이익을 수취하는 등의 갑질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받은 기사가 이 아름다운 계절에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기업 리더들의 새해 패션스타일이 그 기업의 이미지 메이킹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리더의 기업운영 철학과 같은 내적 요소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패션 속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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