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뻗어 밤하늘의 별을 따려고 하다가 정작 발밑의 꽃을 놓치게 된다.”
영국의 철학자 제레미 밴담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화두로 저명하다. `공리주의'를 주창한 그가 남긴 이 말은 그의 철학적 명제에 이 말은 모순에 가깝다. `다수'의 `행복'이 최대치에 이르게 하는 것이 `선(善)'하고 `정의'로운 것이라는 정의는 밤하늘에 높이 떠 있는 `별'을 획득하는 것을 끊임없이 추구한다. 그러므로 그런 (자본주의적)`성장'과 `발전'을 통한 `다수의 행복'에 `발밑의 꽃'이 눈에 뜨이는 일은 거의 없다는 것이 냉혹한 현실이다.
청주시의 대형마트가 다음 달부터 일요일에도 문을 연다. `다수'의 시민이 휴일에 헷갈리지 않고 대형마트를 이용할 수 있게 됨은 거기에서 노동하며 먹고 살아야 하는 `소수'의 시민은 쉴 수 없게 된다는 뜻이다.
그런 대형마트에서 `최대다수'의 시민은 `최대행복'을 거리낌없이 누릴 수 있을까.
청주시의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변경은 대구에 이어 두 번째로 시행될 만큼 선도적(?)이다. 격주로 일요일에 문을 닫는 대신 다음 달부터는 평일인 수요일로 변경한 것이다. 이를 위해 청주시시는 지난 3월 8일 청주시, 청주시전통시장연합회, 충북청주수퍼마켓협동조합, 한국체인스토어협회가 참여하는 지역유통업 상생발전을 위한`대형마트 등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 추진 협약'을 체결했다. 이후 3월 13일부터 4월 3일까지 21일간의 행정예고, 3월 21일부터 4월 3일까지 청주시민 참여 소통플랫폼 `청주시선'을 통해 의무휴업일 평일 변경에 관한 시민들의 찬·반 의견을 수렴했다. 이해 관계자들이 뜻을 모았고, 공식적으로 유일한 온라인 여론조사를 거쳐 일반 시민들도 충분한 `찬성'의 의견이 나왔으므로 절차상 하자는 없다.
이러한 절차적 정당성을 통해 단행된 청주시 대형마트 의무휴일일 변경이 청주시민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 될 수 있을지는 아무도 확인할 수 없으며, 절대 다수의 시민들에게 심정적으로 얼마나 오랜 유지될 수 있는지도 알 수 없다. 다만 그동안 격주로나마 일요일에 쉴 수 있었던 청주시 대형마트 노동자들은 본인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평일인 수요일에 휴무하는 `강제'에 적용되었다. 따라서 그들은 그나마 2주에 한 번 있던 보통의 가정에서 누리는 단란함이 실종되고, 가족들의 휴일은 따로따로 갈라질 수밖에 없다.
대형마트 의무휴일제는 대기업의 저돌적인 시장잠식에 대응하여 지역 상권을 보호하기 위한 경제적 고육지책으로 2012년 도입된 것이다. 그로부터 11년이 지났으나. 대부분의 지자체는 이 제도에 따른 지역상권의 도움 여부에 대한 정확한 진단의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지방에 진출한 대형마트로 인한 지역자금의 역외유출, 생산과 유통-소비로 이어지는 지역경제의 선순환 체계 구축 등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 또한 적극적이지 못했다.
온라인 중심으로의 소비형태 변화와 대형마트에서 휴일을 즐기는 시민들의 여가생활권을 `꿀잼도시'의 명목으로 내세워 `그들'의 알량한 휴일마저 빼앗는 것이 합리적 대안일 수 없다.
오히려 뚜렷하게 `시민'인 `그들' 대형마트 노동자들의 휴일이 보통의 시민들의 그것과는 달라야 한다는 차별을 조장할 수도 있으니, 도시공동체의 선한 영향력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해당사자와의 `합의'가 있을 경우 평일 지정도 가능하다는 단서조항은 있으나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에 `의무휴업일은 공휴일 중에 지정'이라는 원칙에 벗어난 것임에도 아무 말이 없는 지역의 입법기관(국회) 대표들의 자세는 `시행령 정치'와 무엇이 다른가.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주창하는 제레미 밴담의 공리주의는 여러 사람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개인의 불행은 감수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비판적이고 회의적이다. 공동체와 공동선을 추구해야하는 도시에서 쾌락적 소비와 휴일 노동이 격리되는 차별은 `최대다수의 최대행복'과 다르다.
이 도시에서 우리의 휴일이 애타게 허망한 `밤하늘의 별'이 될 수 없고, `그들의 휴일'은 `발밑의 꽃'으로 신음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