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제자 야고보 성인의 선교 루트를 따라 걸어가 그가 잠든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걷는 여정. 종교적 목적이 아니더라도 남유럽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스페인 최고의 트래킹코스. 하지만 800㎞라는 기나긴 여정에 쉽사리 도전하기 힘든 그 길 `산티아고 순례길'.
오늘은 매력적이면서 한편으론 인생의 가장 힘든 여행이 될 수 있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주제로 한 도서`여하튼 걸어보기로 했다-보(미다스북스·2023)'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부엔 까미노.”
이 말은 “좋은 순례길 되세요”라는 순례길을 걷는 사람들만의 인사말로 그 속에는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몸은 괜찮냐?”, “반갑다”, “담에 또 보자” 등 여행자가 서로 자신의 내면적 상태에 따라 그 의미를 달리 부여할 수 있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여행자들만의 힐링어 인 셈이다. 여행자들이 이 인사말에 대한 의미를 자신 스스로 찾듯 주인공 또한 길을 걸으며 자신이 살아온,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인생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을 허무하게 느껴질지도 모를 정도로 솔직 담백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위대한 사람이 되겠다는 어린 날 나의 다짐은 결국 미래의 나를 믿는 힘이었다. 믿음직스럽지 못한 건 겁을 많이 먹은 현재의 나뿐이었다'(202쪽)
주인공은 산티아고 순례길을 우리네 인생의 여정과 비교하고 있다. 순례길을 걷겠노라는 원대한 다짐을 하지만 그 여정 속에서 만난 숱한 시련 속에서 절망과 좌절 등으로 매 순간 포기하고 싶은 맘에 내적 갈등을 겪는 모습이 우리네 인생도 같다고. 어린 시절 “너는 커서 뭐가 되고 싶니?”라는 말에 우리는 대통령, 과학자, 부자 등 원대한 꿈을 꼭 그렇게 될 것처럼 자신 있게 얘기한다. 하지만 나이를 먹고 사회라는 울타리 안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면서 실패와 좌절 그리고 절망 등을 통해 스스로를 현실과 타협시키며 꿈을 이루지 못하는 이유를 찾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쏟게 된다. 마치 자기의 꿈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은 사회적 필연인 것처럼….
지금 우리가 걷고 있는 이 길이 옳은지 그른지 지금 당장 알 수는 없다. 그 길을 걸어봐야 알 수 있다. 옳은 길만을 찾아가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길을 조금 잘못 들면 어떠랴, 뒤돌아서서 다시 나와 다른 길을 찾으면 되는 것이다.
현재에 주저앉아 인생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인생에서 길을 다시 찾을 시간은 충분하다. 인생은 우주의 시간이라는 순환고리 속에서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흘러갈 것이고. 순례길의 종착지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처럼 인생의 종착지에 분명히 다다를 것이다.
길을 찾아 끊임없이 나아가는 이의 종착지는 행복과 꿈의 실현이지만 인생을 포기한 체 주저앉은 이의 종착지는 인생을 포기한 지금 이 순간일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인생의 길을 찾아 끊임없이 걸어가야 한다, 미래는 알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걸어야 한다. 이 책의 제목처럼 여하튼 걸어보기로 했다.
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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