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瓜田不納履 李下不整冠)'은 중국 전한시대 학자 유향의 열녀전(烈女傳)에 나오는 고사성어이다.
참외밭에서 신발을 고쳐신으면 참외를 따는 것으로 오해받고,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을 고치면 오얏을 따는 걸로 오해받으니 남의 의심을 살 행동을 하지 말라는 뜻이다.
최근 충북도가 추진하는 공공사업이 열녀전 고사성어를 되새기게 한다.
지난 11일 폐회한 충북도의회 제420회 임시회에서 관심을 끌었던 사안은 충북형 농촌공간 활용 시범사업이었다.
농촌공간 활용 시범사업은 폐교 등 농촌유휴시설의 업사이클링(Up-Cyling·새활용)을 통해 지역소멸 위기 대응과 농촌지역 활력 증진을 위한 것이다.
충북도는 사업 일환으로 괴산에서 농촌유휴시설을 활용한 농촌복합공간 랜드마크 조성을 추진 중이다.
폐교를 활용해 지역 랜드마크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사업 대상지는 폐교인 괴산군 청천면 후영리 대후초등학교 부지와 건물이다. 도는 폐교 매입을 위해 2회 추경안에 사업비 25억원을 편성했다.
이 사업비는 충북도의회 예산심사과정에서 제동이 걸렸다. 사업지역 선정에 대한 적절성 여부가 문제가 됐다.
해당 폐교 소재지가 김영환 충북지사의 고향이자 귀농지라는 점에서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산업경제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김영환 지사 일가가 땅을 보유하고 있는 지역에 수십 억원을 투입하는 것에 대한 적절성 여부를 따졌다.
김 지사 일가 땅이 있는 곳과 불과 2.3㎞ 떨어진 곳을 사업지로 선정하고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것에 대한 적절성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특정지역 폐교 매입에 따른 형평성 문제와 특혜 주장도 나왔다.
도내의 많은 폐교 중에서 괴산지역 폐교만 매입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괴산군의 대응투자없이 도비만으로 진행되는 사업 역시 특정지역의 특혜라는 점도 지적했다.
도는 해당사업 관련 지적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농촌소멸 대응을 위한 농촌지역유휴시설 활용 사업이고, 김 지사 일가의 땅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후초등학교 폐교부지를 사업지로 선정한 것은 괴산이 도내에서 폐교가 가장 많고, 레이크파크르네상스 연계사업이기에 물이 가까운 곳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집행부의 해명에도 해당 상임위는 사업비 전액을 삭감했다.
집행부의 적극 해명에도 의원들은 해당 사업애 대한 의구심을 풀지 않은 것이다.
상임위 의원들 설득에 실패한 집행부는 예결위원회를 설득해 해당예산 전액을 살렸다. 예결위에서도 똑같은 문제점이 지적됐지만 관련 예산은 되살아났다.
하지만 도의회 안팎의 부정적 기류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상임위원회 의결사항을 번복할 만큼 특별한 이유가 있었는지도 궁금하다.
자치단체가 시행하는 사업들은 공공이익을 위한 것이기는 하지만 사익에도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자치단체에서 기획단계부터 시행까지 잘못 판단하면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사회적, 법적 책임문제까지도 생긴다.
특히, 행정기관의 공신력 실추, 주민 갈등 등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역대 자치단체장들이 오해소지가 있는 공공사업을 수행함에 있어 신중에 신중을 기했던 이유다.
주말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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