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000 대신 전해 드리겠습니다.'라는 SNS 글을 본 적이 있다. 통칭 `대나무 숲'이라고 불린다.`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에 나온 대나무숲처럼 말하고 싶은 이야기를 익명으로 하는 계정을 이야기한다. 한국어 일상 표현 사전(오픈사전)을 찾아보니 `구 인터넷에서 공통 관심사를 가졌거나 동일한 조직이나 업종에 있는 사람들끼리 불만이나 애환을 토로하며 공감을 나누는 장'이라고 되어 있다.
신도시에 새로운 학교, 햇빛초는 개교하며 전 학년 아이들이 함께 전학생이 되어 새 생활을 시작한다. 주인공인 유나는 학교를 옮기기 몇 달간 민설이와 친하게 지냈다. 햇빛초로 전학을 오며 민설이와는 다른 반이 되고 건희와 친해진다. 민설이는 유나와 다른 반이 되었지만 유나의 반에 계속 오며 친하게 지낸다. 건희는 유나와의 시간을 방해하는 민설이가 못마땅하다.
유나와 민설이는 난타에 빠져 있다. 북을 두들기며 신명나게 난타를 연습하는 게 재미있다. 체육 행사 때 난타 공연을 하게 되고 센터를 정하게 된다. 유나는 전 학교에서는 연극에서 주인공, 반에서는 반장을 맡았었는데 이 학교에서는 잘하는 아이들이 많아서 주목받기 힘들었다. 난타에서만은 센터를 해 보리라 결심하고 센터를 지원하려 했는데, 민설이가 센터에 먼저 지원한다. 유나는 민설이 눈치가 보여 지원을 포기한다. 연습이 시작되자 민설이는 생각만큼 잘하지 못했고 난타 선생님은 결국 센터를 바꾸자는 제안을 한다. 민설이는 화를 내며 거부하고 자기가 잘해보겠다고 한다. 쉬는 시간을 갖고 다시 연습을 시작하다 민설이가 넘어지고 민설이의 북이 유나의 얼굴을 치며 유나는 머리에 큰 상처를 입게 된다. 민설이는 실수라며 엄마와 함께 사과하고 유나는 민설이의 실수를 이해하며 일이 그렇게 일단락이 되나 했다.
그런데 햇빛초 대나무 숲에 `난타반 사고는 실수였다고 했는데 실수가 아니에요. 북을 일부러 미는 걸 제가 봤어요' 라는 익명의 글이 햇빛초 대나무 숲에 올라온다. 유나는 그 글을 보고 민설이가 실수가 아니라 일부러 그랬던 거냐며 혼란스러워한다. 건희는 민설이가 일부러 그랬던 거라며 만난 지 몇 달 안되는 민설이를 믿냐며 유나를 부추긴다. 민설이에게 진실을 듣고자 건희 등 친구들과 함께 찾아가는데 민설의 친구 규리가 민설이를 감싸며 괴롭히지 말라며 대립한다.
책을 읽으면서 여러 가지로 이야기 하기 좋은 책이다 싶다. `마지막 거인'(프랑수아 플라스)과 `그 소문 들었어?'(하야시 기린)이 생각났다. 그런데 이 두 책과 달리 학교 배경이라 더 좋다. 사건이 일어난 후 있을 법한 일들을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사건 외에도 주변 사람들의 반응도 잘 보여 주고 있고 내가 주변인이 되었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된다. 재미있겠다는 이유로 확인되지 않는 이야기를 마구 지어내고 다른 사람을 비방하는 말을 마구 옮기는데 그런 태도도 제3자적 시점에서 보며 반성하게 된다. 유나 입장에서 이야기하기도 좋지만, 문수나 규리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정리해 보는 것도 아이들에게는 좋은 활동이 되지 않을까 싶다.
`햇빛초 대나무 숲의 모든 글이 삭제되었습니다'(황지영 저, 우리학교)도 읽어봐야겠다 싶다. 햇빛초에 아이돌 굿즈 테러 사건이 일어난다고 한다. 햇빛초 대나무 숲 계정은 삭제되었지만 소문이 또 도나보다.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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