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의 천연두 퇴치 프로그램에 관한 기록물
WHO의 천연두 퇴치 프로그램에 관한 기록물
  • 이소정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 선임전문관
  • 승인 2024.10.31 15: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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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월 5일,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에 대한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 선언(대규모 질병 발생 중 국제적 대응을 특히 필요로 하는 것으로 WHO가 선언)'을 해제한다고 발표하였다.

2020년 1월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언한 지 3년 4개월 만이다. 이에 따라 각 국가는 걸어 잠갔던 국경의 빗장 문을 풀기 시작하였으며 한국 역시 5월 11일 자로 코로나19에 대한 위기 단계를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하며 사실상 종식 선언을 하게 되었다.

우리 세대가 기억하는 전 세계적인 전염병은 바로 코로나19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인류는 많은 전염병을 대상으로 싸워왔다. 한 전염병을 종식하기 위한 전 세계적인 노력은 비단 코로나19만이 아니었던 셈이다.

그중 천연두는 수백 년간 인류를 괴롭혀왔던 대표적인 전염병 중 하나이다. 기침, 재채기 또는 체액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 전염되었지만 공기 중으로도 전파할 수 있는 특성으로 인해 천연두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였고 그 치사율이 30%에 달했다.

1796년 에드워드 제너 박사는 최초의 백신인 천연두 백신을 발명하였다. 하지만 백신 접종할 수 있는 이후에도 그 확산세는 계속해서 이어졌는데 이는 세계 대부분 지역의 사람들에게 백신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질병의 증상, 환자 통계, 확산 범위 그리고 백신 접종 관리 등을 기록하게 되었고 1948년부터 1987년까지 생산된 73만2000여개의 문서, 1만5000여개의 이미지, 500여개의 지도 등이 남아있게 되었다. 이 전 세계적 노력의 과정을 담고 있는 기록이 바로 `세계보건기구의 천연두 퇴치 프로그램에 관한 기록물(세계보건기구·2017년 등재'이다.

천연두 퇴치 프로그램은 공중보건 역사상 가장 큰 국제적 성과로 평가된다. 1980년 제33차 세계보건총회에서 천연두가 전 세계에서 박멸되었으며 천연두 바이러스로 인한 질병이 다시 대두될 가능성이 전무하다는 결론을 확인하였다. 질병과의 오랜 싸움을 벌여온 인류의 승리로 점철되는 순간이었으며 이 승리까지의 여정을 담은 기록을 통해 현재의 우리 역시 당시의 상황과 이를 타개하기 위한 인류의 노력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기술과 교통수단의 발전으로 인해 국경의 이동이 자유로워졌고 이에 따라 국가 간, 개인 간 교류가 활발해질 수 있었으나 동시에 한 지역에만 머물던 풍토병 역시 전파가 활발해졌다. 코로나19가 이토록 전 세계적인 전염병으로 급부상했던 이유 또한 이러한 배경에서 비롯된 것인 셈이다. 이는 코로나19가 우리 세대가 경험할 처음이자 마지막의 전 세계적 전염병이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이다.

여전히 인류는 여러 질병을 퇴치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현재 그 발병률은 많이 낮아졌지만 소아마비, 메디나충층 등이 여전히 인류를 괴롭히고 있고 이를 퇴치하기 위한 노력 또한 계속되고 있다. 전 인류를 괴롭히던 천연두를 대상으로 이제 그 질병이 퇴치되었음을 선언한 승리의 여정을 담은 이 기록물은 우리가 질병을 퇴치하기 위해 벌이고 있는 이 싸움이 결국에는 인류의 승리로 끝날 수 있다는 희망의 증거이기도 하다.

전염병은 사람, 국경을 가려서 전파되는 것이 아니기에 개인 사이의 거리를 벌려놓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전 세계적인 공통의 목표를 설정하여 같은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세계적인 유대감이 형성되기도 하였다.

다른 국가, 다른 문화권에 사는 사람들이 같은 시대를 산다는 이유로 같은 경험을 하고 그 경험에 비롯된 공통의 기억을 가지고 산다는 것은 매우 드물면서도 진귀한 일이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힘든 시간을 안겨주고 반복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가 공유하는 `기억'이자 미래세대에도 알려줘야 할 `유산'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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