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 된 시간
돌이 된 시간
  • 권재술 전 한국교원대 총장
  • 승인 2019.02.07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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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시간의 문앞에서
권재술 전 한국교원대 총장
권재술 전 한국교원대 총장
 

화석이란 생명체가 그 형체 그대로 돌이 되어 버린 것을 말한다. 그래서 化石이다. 이런 화석이 있기에 그 옛날에 어떤 생물이 있었는지, 지구가 어떻게 변했는지 알 수 있다. 고고학적 유물이 있기에 선사시대의 역사를 알 수 있었듯이 말이다. 만약 지구 상에 있었던 `모든' 생물이 화석 흔적을 남겨 두었더라면 어땠을까? 그렇게 되었다면 지구의 이 생명 다양성이 진화를 통해서 만들어졌는지, 하느님의 일시적인 창조로 만들어졌는지 더 분명하게 알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화석은 죽은 생명체가 겪게 되는 일반적인 현상이 아니라 특별한 현상이다. 화석 자료가 많다고는 하지만 지구에 있었던 모든 생물이 화석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왜 그럴까?

생물체가 화석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자동적인 현상이 아니라 특별한 현상이라는 점이다. 거의 모든 생명체는 살다가 죽고, 죽으면 부패하여 사라진다. 그 중 극히 일부가 급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고 죽은 후에 특별한 환경조건에 의해서 부패하기 전에 매몰되고, 매몰된 후에 외부환경과 차단되어 지층 속에 남아서 화석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화석으로 남아 있는 생명체는 실제 존재했던 생명체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이렇게 생각해 보자. 우리는 심심치 않게 머리가 둘인 물고기나 개구리에 대한 뉴스를 듣는다. 다리가 세 개 거나 한 개인 개구리에 대한 뉴스는 더 많이 접한다. 그렇다고 수만 년 뒤에 머리가 둘인 개구리, 다리가 셋인 개구리 화석을 인간이 발견하게 될 확률이 얼마나 될까?

머리가 둘인 개구리가 생길 확률을 개구리 100만 마리 중에 한 마리라고 하자. 그리고 개구리 100만 마리 중에 한 마리가 화석이 된다고 하자. 이 화석이 오랜 세월 동안 화산 폭발, 지각 변동, 풍화작용 등을 이겨내고 화석 100만 개 중의 하나가 남는다고 하자. 그리고 이 남은 100만 개 화석 중의 하나가 인간에게 발견된다고 하자. 그러면 머리 둘인 개구리 화석이 발견되려면 지구 상에 머리 둘인 개구리가 얼마나 많이 있었어야 할까? 적어도 100만의 100만 배의 또 100만 배의 100만 배나 되는 머리 둘인 개구리가 있어야 그런 화석 한 개가 발견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거의 일어나기를 기대할 수 없는 확률이다. 그래서 그런지 머리 둘인 개구리 화석을 발견했다는 뉴스를 나는 아직 듣지 못했다. 확률이 낮다고 발견되지 말란 법은 없다. 물론 그런 화석을 실제로 발견했다고 해도 머리 둘인 개구리가 그렇게 많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이처럼 화석 자료는 엄청나게 많음에도 그 자료가 지구에 있었던 모든 생명체를 다 대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최소한 이렇게 생각할 수는 있을 것이다. 화석으로 남은 생명체는 이 지구에서 상당히 광범위하게 상당 기간 존재했을 것이라고 말이다.

이와 같이 화석 자료는 실제 존재했던 생명체의 아주 일부분이기 때문에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다. 나쁜 점은 생명 진화의 계통을 화석자료만으로는 완벽하게 알아낼 수 없다는 점이고, 좋은 점으로는 화석 자료가 아주 중요한 정보만 남겨 놓았기 때문에 분석이 좀 더 쉬워졌다는 점이다. 만약 화석자료가 너무 많았다면 정보의 홍수 속에서 이를 보관하고 분석하는 것이 지금보다 훨씬 더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역사학자들도 과학자들처럼 고고학 자료를 사용한다. 고고학 자료도 화석자료처럼 아주 희귀하다. 만약 시시콜콜한 역사적 사건이 모두 유물로 나온다면 고고학자들은 정보의 홍수에 빠져서 익사해 버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고고학적 유물이 희귀하기 때문에 고고학자의 역할이 중요해진 것과 마찬가지로 화석 자료도 희귀하기 때문에 오히려 과학적인 분석 방법과 과학자들의 추론이 더 빛을 발하게 되었는지 모른다. 진화 이론은 과학적 추론의 대표적 사례이다. 진화론을 가르치는 것은 단지 진화론을 알게 하는 것을 넘어 과학적 방법을 가르치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것이 창조론이 아닌 진화론을 학교에서 가르쳐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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