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 자바체프 (포장된 국회의사당 Wrapped Reichstag)
크리스토 자바체프 (포장된 국회의사당 Wrapped Reichstag)
  • 이상애 미술학 박사
  • 승인 2019.02.14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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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애와 함께하는 미술여행
이상애 미술학 박사
이상애 미술학 박사
 

크리스토 자바체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아마도 거대한 스케일의 자연환경이나 인공의 건축물을 포장하는 `포장미술'일 것이다. 그러나 그의 예술작품을 한마디로 규정하기란 쉽지 않다. 그의 작품은 대지를 캔버스로 하는 대지미술이고, 과정을 중시하는 프로세스아트이며, 자연환경의 특수성을 활용한 장소 특정적 설치미술이자 오브제로서의 예술작품 생산이 아닌 예술가의 개념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개념미술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그의 작업은 이러한 모든 예술의 범주들이 어우러져 하나의 프로젝트의 형식을 빌려 완성되는 환경미술이라 해야 할 것이다.

그의 `포장미술'작품인 <포장된 국회의사당>을 읽어보자. 이 작품은 101년의 역사를 가진 베를린 국회의사당 건물을 10만㎡의 특수 제작된 은색 합성섬유로 감싸고, 16㎞ 길이에 이르는 푸른색 밧줄로 동여맨 것이었다. 이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그는 24년이라는 세월과 싸워야 했다. 1971년 구상하여 독일 의회에 승인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하고, 1994년 2월이 되어서야 승인을 얻고 1995년 6월에 완성한 작품이다. 작품을 완성하는데 8일의 시간이 소요되었고, 14일 동안만 공개되었지만, 베를린 국회의사당은 의회 민주주의와 입헌군주제 간의 타협의 산물로 건립된 건물로 민주주의의 가치라고 할 수 있는 개방성과 투명성, 그리고 자유의 상징성을 독일 국민에게 각인시킨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크리스토의 환경미술은 일상적인 삶의 문맥 속에 돌발적인 사건을 개입시켜 우리에게 새로운 인식의 확장을 열어준다. 우리는 이러한 소격효과에서 오는 `낯섦'과 `느닷없음'에 당황하며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돌아볼 수밖에 없다. 이것이 그의 작품의 본질이다. 즉 익숙한 환경 속에 숨겨져 있어 지각되지 않고 있던 대상을 의도적으로 더욱 은폐시킴으로써 존재하는 것을 끌어내어 실재하는 모습으로 드러낸다는 것에 있다.

그의 작품은 단지 일정 기간만 전시되고 철거되기 때문에 미술관의 마스터피스와는 달리 영구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진 일회성의 삶과 마찬가지로 작품은 오직 한 번만 볼 수 있다. 그의 작품은 어느 누구도 소유할 수 없으며 단지 우리가 받은 감정의 충격으로 인해 마음속에 각인되어 영원히 기억으로만 자리하게 된다.

예술에 있어서의 신빙성은 작가가 작업 의지를 선택하는 확신으로부터 발산되는 것이다. 현실성을 바탕으로 한 비현실적 풍경의 창조라 일컬을 수 있는 그의 계획된 일시적 유토피아의 구현은 관람객들로 하여금 의구심과 신비감을 갖게 한다. 크리스토는 “빛과 대기와 반응하는 미술, 사람들이 그것을 만져보게 하고 싶다”라고 말하며 예술작품이 엘리트만의 전유물이 아닌 모든 이에게 동등한 즐거움을 분배하기를 바란다. 그는 대중을 작품 속에 참여자로 끌어들여 그 속에서 살고, 경험하고, 상호작용하게 하는, 미적 아이디어를 성공적으로 소통시킨 첫 번째 예술가로 평가받고 있다.

/미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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