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메이킹이란 어떤 대상에 대하여 갖게 되는 인상을 의도적으로 만들어 내는 일이다. 어떤 직업보다도 치열하게 이미지 메이킹을 해야 하는 이는 정치인이다.
정치인의 이미지는 토론과 연설에서부터 의상 코디까지 다양한 방법들로 형성되며 정치인들은 유권자들로부터 각인되고 표심을 얻을 수 있는 이미지 메이킹에 애쓰고 있다. 나쁜 이미지는 좋은 이미지에 비해 쉽게 형성된다. 특히나 여성 정치인이 남성 정치인에 비해 자주 옷차림으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게 되는데 반해 남자 정치인은 외모 논란에서 비켜가는 경우가 많다. 그 예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은 수백만원대 브리오니 정장을 즐겨 입었지만 이슈가 된 적은 거의 없다. 그러나 힐러리 클린턴은 2016년 미국 대선 경선 당시 1400만원대 조르지오 아르마니 코트를 입었다가 도마 위에 올랐다.
미국 최초의 여성 흑인 부통령인 카멀라 해리스는 `보그'표지에 본래 피부색보다 의도적으로 하얗게 보정했다는 이른바 `화이트워싱'의혹으로 인종차별 이슈가 불거졌고 주름 잡힌 바지와 컨버스 운동화를 신고 서 있는 포즈가 지나치게 캐주얼하고 여성 지도자의 격에 맞지 않는다는 혹평을 받았다. 지난해 10월 핀란드 여성 총리 산나 마린도 패션지 `트렌디'에 가슴골이 노출된 사진으로 정치인의 신뢰를 깎아 먹는 옷차림이라는 지적과 함께 인터뷰보다는 옷차림이 주목을 끌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대한민국 파워우먼의 초상'이란 주제로 여성 국회의원이 패션지 `엘르'에 드라스 반 노튼의 검정 블라우스에 랄프 로렌의 롱스커트를 입고 화보를 찍었다. 당시 소속 정당이 4·29 재보선에서 패배하면서 이런 행동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일었다. 정치인으로서 밝힌 소신과 사명감, 화보 속 액세서리 판매 금액의 20%를 아동기관에 기부한다는 점 등은 논란 속에 묻혔다. 지난해 한 여성 국회의원은 붉은 원피스, 청바지와 작업복, 노란색 원피스 등 파격적 스타일로 뭇매를 맞았다.
정치인에게 패션은 이미지 메이킹을 넘어 메시지를 전달하는 무기가 되기도 한다. 제46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 조 바이든은 취임식에 미국의 대중적인 패션 브랜드이며 유대인 이민자 출신이 일군 랠프 로런 브랜드의 옷을 입어 아메리칸 드림을 역설했다는 해석이 있다. 미국의 첫 여성 흑인 부통령인 된 카밀라 헤리스는 흑인 디자이너의 옷을 입는 것으로 정치적 메시지를 전했다. 영부인 질 바이든 여사의 푸른색 계열의 코트와 원피스는 1961년 대중의 사랑이 각별했던 재클린 여사를 연상케 하며 `영부인 스타일'의 아이콘이 된 듯하다. 푸른색 계열의 색상은 신뢰와 충성, 자신감과 안정성을 의미한다.?이날 취임식의 또 다른 색상은 바로 카멀라 해리스가 입은 보라색이다. 이는 1972년 흑인 여성 중 처음으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셜리 치솜이 선거운동 중에 주로 입었던 색으로, 흑인 여성 참정권 운동의 상징이다.
“…우리가 마음을 닫는 대신 영혼을 열면, 관용과 겸손을 조금 보여준다면, 다른 사람 입장이 되어볼 의지가 있다면, 우리는 해낼 수 있다…“ 바이든의 취임사 일부다.
분열로 치닫고 있는 우리나라 정치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연설 대목이기도 하다. 정치인은 좋은 정책을 만들고 중요한 문제들의 해결방안을 제시함으로써 좋은 이미지를 창출할 수 있다. 또 정도를 지키는 선 안에서 옷차림을 통해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거나 의상을 활용한 메시지 전달은 이미지 메이킹에 큰 의미를 준다.
`인생은 선택'이라는 말이 있다. 선택하는 권리는 자신에게 있으나 그 결과는 자신의 인생을 결정한다. 개인의 이미지 또한 선택이다. 지금 보이는 자신의 이미지는 과거 선택의 결과일 뿐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선택이 미래의 내 모습을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