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견 정어(正語)
정견 정어(正語)
  •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 승인 2024.01.11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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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누군가 자신을 칭찬하며 인정해준다면 그 사람이 좋아지기 쉽다. 반대로 누군가 자신을 지적하거나 비난한다면 그 사람이 싫어지기 쉽다. 이 같은 현상은 인지상정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자연스러운 일로 자신에게 우호적인 사람에게 끌리고 자신에게 부정적인 사람을 꺼리는 것은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자신의 입맛에 사로잡힌 줄도 모르는 채 제 눈과 제 귀에 당근으로 보이고 들리면 무조건 좋아하고 제 눈과 제 귀에 채찍으로 보이고 들리면 무조건 싫어하는 것이다.

목전의 현실을 정확하게 꿰뚫어 보지 못한 채 습관적으로 자신의 취향 및 선호도에 취해 일희일비하는 삶을 근절해야 한다. 과거의 기억 뭉치인 업식(業識)의 노예로 전락한 채 죽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자신을 칭찬하고 인정해주는 말일지라도 좋은 게 좋다고 타인의 귀에 달콤한 소리를 습관적으로 내뱉는 사람의 말이거나 자기 자신의 이득과 만족을 위한 아부성 발언이라면 전혀 좋아할 일이 아니다.

자신을 칭찬하고 인정하는 말일지라도 진실이 아니라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내야 한다. 진실이 아닌 말은 일시적으로 기분이 좋아지게 하는 진통제 역할을 할 수는 있지만 결국엔 에고나 및 아상(我相)을 키우는 독이 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냉혹한 채찍으로 느껴지며 아픔을 유발하는 누군가의 지적과 비난도 정확한 판단에 따른 올곧은 말이라면 오히려 자신의 고질적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양약이 될 수 있다. 그런 충고나 조언은 무조건 반발하거나 기분 상해하기보다는 감사한 마음으로 꿀꺽 삼킬 줄 알아야 한다.

자신에 대한 칭찬이나 지적 및 비난에도 습관적으로 반응함 없이 진실이 아니면 귀를 닫고 지적 및 비난도 진실이면 귀를 열줄 알아야 하듯 타인에 대한 칭찬이나 지적 및 비난을 할 때도 팔이 안으로 굽는 일이 없는 올바르고 진실한 말은 입을 열어서 해야 하지만 자신에게 큰 이득이 되는 말도 진실이 아니면 입을 닫아야 한다.

친한 친구나 자신이 선호하는 정당이라고 해도 잘못된 점은 과감하게 입을 열어 지적하고 비난함이 마땅하고 자신과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사람이나 평소 비호감을 가지고 있던 정당에 대해서도 공감하고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이 같은 까닭에 순자는 지공무사한 마음으로 내편 네편을 떠나 “시위시(是謂是) 비위비(非謂非)” 즉, 옳은 것은 옳다고 하고 그른 것은 그르다고 말하라고 강조한다.

겉과 속이 다름없이 옳고 그름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감추거나 왜곡함 없이 분명하게 밝히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말이 팔이 안으로 굽는 일 없는 지공무사한 마음에서 비롯된 정견(正見) 정사(正思)에 따른 정어(正語)인가 하는 점이다.

자신의 의견을 가감 없이 솔직 담박하게 드러내면서 칭찬을 하거나 지적과 비난을 한다고 할지라도 그 판단이 참으로 올곧지 않다면 특히 습관적 호불호에 따른 감정 섞인 말이라면 입을 열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견과 정사가 전제되지 않았다면 모른다고 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때문에 공자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지지위지지(知之爲知之) 부지위부지(不知爲不知) 시지야(是知也).” 즉,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이것이 제대로 된 앎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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