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를 힘들게 보냈다. 치아 때문이다. 오 년 전에 어금니 세 개를 뽑았다. 그 자리에 인공 치아인 임플란트 수술을 했다. 며칠은 문제없이 잘 지냈는데 잇몸 통증이 심해지더니 음식 먹는 것이 힘들어졌다. 견딜 수 없을 정도는 아니지만 매우 불편했다. 염증을 예방하는 항생제도 잘 먹고 가글도 충실히 했는데 며칠이 지나서 통증이 더 심해지니 짜증이 났다. 다행히 어제부터는 아픈 것이 줄고 음식도 웬만큼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건강한 치아는 인생 오복 중 하나라는 말이 실감 나는 한 주였다.
임플란트 수술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일 년 전에 임플란트 수술을 받으려고 치과를 방문했다. 담당 의사가 잇몸 상태를 살피더니 치조골이 약해 인공 뼈를 먼저 이식해야 한다고 했다. 이식을 위해서 잇몸을 절개하고 안쪽을 깨끗하게 소독했다. 요즘은 주사기로 액(?)을 안에 넣고 잇몸을 다시 봉합한다. 그 상태로 시간이 지나면 주사액이 뼈로 굳는다. 단단하게 잘 굳어야 수술을 할 수 있다. 8개월이 지나고 사진을 촬영해보니 인공 뼈가 잘 안착하여 수술 날짜를 잡은 것이다.
병원 치료가 모두 그렇지만 치과 치료는 특히 무섭다. 불안감과 두려움이 크다. 수술 의자에 앉아 기다리는 내내 마음이 불안하다. 의사와 간호사가 친절해서 그나마 다행이다. 수술 전 마취를 한다. 따끔한 주사기의 아픔이 지나고 20분이 지나면 입속과 잇몸의 감각이 사라진다. 만져 보아도 느낌이 없다. 수술 의자가 뒤로 젖혀지고 얼굴에는 수술용 천이 덮인다. 입에만 구멍이 뚫려 있다. 입을 크게 벌리면 알 수 없는 기계들이 들락거린다. 8㎜, 15㎜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보면 드릴인 것 같다. 마취로 통증은 없지만 느낌은 그대로 전달된다. 수술이 끝났다. 입이 얼얼하고 긴장한 탓인지 온몸에 힘이 빠진다. 수술 결과를 촬영하더니 다행히 잘 되었고 한 달 후 문제가 없으면 마무리하자고 한다.
시작은 “사랑니” 때문이다. 10년 전쯤 이가 아파서 치과에 갔다. 평소 같은 성당을 다니던 의사분이 살펴보더니 사랑니 때문이라고 뽑으라고 했다. 내버려 두면 나중에 고생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발치가 무섭고 치료받으면 통증이 사라져서 무시하고 지냈다. 이후 잇몸이 아프면 그때그때 치료 받고 사랑니는 그대로 둔 채 생활했다. 5년 전쯤에 이가 너무 아파 병원에 들렀더니 발치를 해야 한다고 했다. 내 경우 사랑니가 옆으로 누워 있어서 옆 어금니를 자꾸 건드리고 그사이에 음식물이 끼어 염증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런 원인으로 어금니 하나를 뽑았고 옆에 이까지 심하게 흔들려서 어금니 두 개를 더 발치했다. 그러고 나서도 4년을 방치했다. 무섭다고, 귀찮다고, 사소하다고 무시한 결과가 임플란트 수술까지 이어진 것이다.
행복해지려면 나쁜 것을 먼저 뽑아내야 한다. 작다고 귀찮다고 무섭다고 내버려 두면 큰 낭패를 본다. 작지만 나쁜 습관은 좋은 것들을 흔들고 병들게 한다. 오랜 습관으로 자리 잡기 전에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 나쁜 것을 뽑아야 좋은 것을 지킬 수 있다. 2024년, 삶의 나쁜 것을 모두 뽑아내서 건강하고 행복한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