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 결과 청주가 흐르는 도시의 반열에 올랐다. 흐르는 도시라고? 왠지 부정적인 표현 같지만 그렇지 않다. `고여있는 도시'라는 표현과 대조해 보면 느낌이 온다. 토박이나 청주를 떠나 출세(?)하고 돌아온 사람들이 아니라 `철새처럼 왔다가 텃새처럼 산' 이주민들이 당선됐다는 얘기다.
고여있는 도시는 지연과 학연으로 똘똘 뭉친 도시다. 타지에서 온 사람이 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고, 오래된 고등학교를 나올수록 선거에 유리하다.
이에 반해 `흐르는 도시'는 사람의 들고 남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대학과 큰 공장 등이 통로가 된다. 이번에 청주에서 당선된 이들이 그렇다. 이강일(상당), 송재봉(청원), 이광희(서원), 이연희(서원) 당선인은 모두 청주사람이 아니다.
더군다나 이들은 전직 고위 관료나 전직 판검사, 변호사 출신도 아니다. 청주의 유권자들은 `안 되는 것도 없지만, 되는 것도 없었던' 안정감 대신에 다소 새로운 변화를 선택한 셈이다.
송재봉 당선인의 고향인 강원도 정선에는 송 당선인이 졸업한 초등학교, 중학교는 물론이고, 종친회, 화암면 마을주민 명의의 현수막이 곳곳에 나붙었단다. 정선군 인구가 3만4000명, 화암면은 1500명에 불과하니 동네가 떠들썩할 만한 경사다.
강원도 원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송 당선인은 1986년 청주대에 진학하면서 청주 땅을 밟았다. 학생운동과 방위병 시절의 구속 등의 과정을 거쳐 청주시민회,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충북NGO센터 등에서 활동하며 청주를 대표하는 시민운동가 중의 한 사람이 됐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시민사회, 소통 등을 담당하는 행정관으로 일한 것이 `어공(어쩌다 공무원)' 경력이다.
이광희 당선인은 서울이 고향이다. 설마 서울에도 타지에서 당선이 됐다고 축하 현수막이 걸릴까 했는데, 모교인 성남고(동작구 대방동 소재) 교문 위 LED전광판에 전자 현수막이 게시됐다.
이 당선인은 충북대 농대 82학번으로, 1987년 부총학생회장을 지낸 뒤 청년운동을 거쳐 마을공동체 운동에 천착했다. 2003년 분평동 동네신문을 시작으로, 산남3지구 개발과 관련해 두꺼비 살리기 운동을 이끌고, 산남동 아파트에 입주해 지금까지 살고 있다.
공동체 운동의 탄성으로 재선 충북도의회 의원이 됐으나 청주시장,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연이어 당내 경선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 뒤 정치를 포기하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이번에 드라마 같은 당선의 주인공이 됐다.
상당의 이강일, 흥덕의 이연희 당선인은 충북인이지만, 청주사람은 아니다. 이강일 당선인은 진천에서 태어나 청주에서 성장했으며 충북대를 나왔다. 이후 청주를 떠나 1996년, 당시 한나라당 소속이던 김영춘 의원 보좌진, 2002년 서울시의회 의원 등을 거쳐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 과정에 참여했다.
고향에서 정치를 시작한 것은 2022년 7월, 청주 상당 지역위원장을 맡으면서다. 이번 총선 경선에서는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꺾었다.
이연희 당선인은 충북 옥천이 고향이다. 고향에서 초·중학교를 졸업하고, 청주로 나와 충북고를 나왔다. 중앙대에 다닐 때 전대협 정책위원회에서 일하다가 구속됐고, 대학 졸업 뒤에는 통일운동, 민주당 국회의원 보좌진 등으로 활동했다.
2024년 1월30일, 청주 흥덕에 예비후보로 등록하기 전까지는 민주연구원 상근 부원장을 맡았으나 지역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었다. 그런데도 흥덕구에서 4선에 도전하던 도종환 의원을 디딤돌로 본선에 나가 금배지를 달았다.
이들 네 사람의 당선으로 청주는 2024년 현재 `흐르는 도시임'을 인증했다. 하지만 물은 언제든 고일 수 있다. 지금부터 4년을 지켜보자.
화요논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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