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는 물질이 갖는 에너지 양의 최소단위로, 더 이상 쪼개지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이러한 양자의 물리학적 특성을 이용한 차세대전략기술이 양자기술이다. 양자컴퓨터, 양자통신, 양자센서가 핵심기술이다.
양자기술이 주목받는 것은 양자역학을 이용한 기존 기술의 한계성을 뛰어넘는 혁신성 때문이다. 양자컴퓨터의 경우 슈터컴퓨터가 100만년 걸리는 계산을 10시간내에 처리할 수 있다. 그런 양자기술은 산업, 안보 등에서 혁신을 가져올 게임체인저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 미래산업 지도를 바꿀 정도로 위력적인 양자기술개발 경쟁이 국내외에서 가속화하고 있다.
세계 각국은 일찌감치 해당 산업 선점 경쟁에 돌입했다. 미국, 중국, 일본 등은 2018년 이후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자하는 등 기술 선점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2020년 무렵부터 투자에 나서고 있다. 기술 경쟁에 일찌감치 돌입한 선진국보다 늦게 발동이 걸리기는 했지만 몇 년 전부터 해당 기술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해에는 2035년까지 민관합동으로 최소 3조 이상을 투자해 양자기술을 선도국의 85%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내용의 `대한민국 양자과학기술 전략'을 발표했다. 양자기술개발 경쟁력 강화를 위한 관련 사업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를 추진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하지만 예타면제 결정이 지연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글로벌 양자기술 개발 경쟁 대열 합류가 늦춰질 수 있다는 걱정에서다.
양자기술 개발에 대한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자치단체들 역시 기술 선점 경쟁이 뜨겁다. 전국 지자체들은 앞다퉈 양자기술 개발과 산업 육성에 뛰어들었다.
충청권 지자체들도 기술 선점 경쟁 대열에 합류했다. 4년 전 만 해도 강원도가 광역자치단체에서 유일하게 양자기술산업 육성에 나선 것에 비하면 짧은 기간에 관심도가 크게 높아졌다. 그만큼 기술개발과 산업도 가파른 성장이 예상된다.
충북은 지난해부터 양자기술 개발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다른 지자체들 역시 비슷한 시점에서 이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대전의 양자산업 인프라 구축에 들어갔다. 대전시는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모한 `개방형 양자공정 인프라 구축 사업'에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개방형 양자공정 인프라 구축 사업'은 양자산업화 시대에 대비해 필수 인프라 양자 전용팹을 구축, 전문 제작 서비스를 제공하고 공정개발과 인력양성 등을 지원하기 위한 사업이다. 대전 소재 KAIST에 국내 최대 양자 전용 설비가 구축되는 것이다. 대전시는 경쟁 지자체들의 부러움을 살만한 인프라 구축으로 양자기술산업 추진에 탄력을 받게 됐다. 대전시는 양자산업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한 결과라고 자평했다.
양자산업의 중요성을 함께 인식한 충북과의 격차가 벌어질까 우려스럽다. 그만큼 충북의 갈 길이 바빠진 셈이다.
문제는 양자산업 경쟁에서 앞서 가려면 지역 역량을 모아야 하는데 여의치 않은 분위기다. 이 산업이 기존 지역먹거리산업에 미칠 영향과 향후 지역산업 지도를 바꿀 혁신성을 지자체장들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양자산업을 다루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1순위로 지원한 22대 국회의원 당선인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미래산업 육성 경쟁에서 더 밀릴까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