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공백 길어져선 안돼
의료 공백 길어져선 안돼
  • 이형모 기자
  • 승인 2024.06.20 19: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말논단
이형모 선임기자
이형모 선임기자

 

충북대병원 교수들이 18일 집단 휴진을 했다. 이날 외래진료가 예정됐던 교수 87명 중 48명은 수술과 진료 예약을 모두 미루고 휴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22개 진료과의 절반 이상은 환자 진료를 보지 않았고 18개 수술방 중 한 곳을 제외한 모든 수술방이 가동을 멈췄다.

병원을 찾은 일부 환자들이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신경외과 진료를 받으러 온 한 환자는 안과 진료를 받으려고 했지만 휴진한다는 말을 듣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고 한다.

대한의사협회 총파업에 충북지역 928곳의 병·의원 중 12.1%인 112곳이 동참했다.

사전에 신고된 규모보다 5배 가까이 많았다. 휴진율이 30%를 넘긴 지역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의협은 27일 무기한 휴진도 예고한 상태다. 진료 공백 사태가 악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로 인해 환자와 가족들의 피해가 가중되는 건 자명한 일이다.

곧 정상화 될 것이라는 희망이 점점 사라져버린 환자와 보호자들은 자포자기 상태에 이르렀다.

그동안 열악한 충북의 의료 체계는 시급히 개선해야 할 과제였다. 의료기관 수와 의사 수가 전국 최하위권이고 치료가능 사망자수·중증도 보정사망비가 전국 1위라는 통계가 단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불명예를 씻기 위해서는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은 당연하다. 유독 의사들만 반대하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환자의 생명과 도민 건강보다 중요한 건 없다는 당연한 명제를 의사들은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할 때다.

의료 공백이 넉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환자와 가족들의 고통과 불안에 충북지역 공공의료인프라 확충을 위한 민·관·정 공동위원회는 17일 기자회견에서 의사들의 집단 휴진을 `특권 수호'로 표현하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단체는 “환자들의 믿음을 져버리지 말고 환자 곁으로 돌아갈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의료계 반발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소중한 인명을 구하는 일보다 더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가 있을 수는 없다.

의료계는 절박한 상황에 처한 환자들의 호소를 외면해선 안 될 것이다. 설사 의료계의 요구가 아무리 정당하더라도 환자를 외면한 집단 휴진 방법은 옳지 않다.

절박한 처지에 놓인 환자와 가족의 호소를 저버려선 안 될 일이다.

의료공백에 따른 피해는 오롯이 환자와 가족 몫이다.

의료계의 집단 휴진 계획은 즉각 철회돼야 마땅하다. 의료인으로서의 사명과 초심을 되돌아봐야 할 때다.

의대 증원 문제를 둘러싸고 촉발한 의정 간 갈등이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지속하는 현실이 답답하다.

정부는 의료계의 일방적 진료 예약 취소에 엄정 대응방침을 밝히면서도 의료계를 향해 대화의 장에 참여해 줄 것을 거듭 촉구하고 있지만 좀처럼 대화가 이뤄질 기미는 없다.

그간 정부와 의료계는 원칙적인 대화의 필요성을 내세우면서도 `강대강 대치'를 이어온 게 현실이다. 논란과 갈등의 쟁점이 지금껏 변함없어 답답한 형국이다. 무엇보다 의정 갈등과 의료 공백을 해소할 실마리를 찾는 일이 절실하다. 몇 달째 사태를 원만히 풀지 못하고 있는 정부의 책임도 무겁다. 정부와 의료계는 대화와 소통의 장을 마련하기 위한 실효적인 협의에 당장 나서야 한다. 어떤 방식이든 돌파구를 찾기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