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범부의 감사타령
어느 범부의 감사타령
  •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 승인 2024.07.24 1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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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목요편지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119에 실려 갈 번한 아찔한 사고를 당했습니다.

벼란다 장식장 상단에 있는 화분에 물을 주려고 물바가지를 들고 플라스틱의자 위에 올라갔다가 오른발이 의자 밑으로 뚝 떨어지는 창졸지간의 사고였습니다.

노후 되어 부식된 걸 모르고 올라갔다가 그리된 건데 종아리 양쪽이 찢겨진 플라스틱 조각에 스치고 찔려 피범벅이 되었습니다.

순간 `하느님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입에서 터져 나왔습니다.

몹시 아프고 황당했지만 뇌진탕 같은 더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은데 대한 감사였습니다.

무릎연골이 찢어져 치료 중인 왼쪽 다리가 아닌 것에 대한 감사도 있었고, 응급처치를 잘해준 어진 아내에 대한 감사도 곁들어 있었습니다.

조심성 없고 용의주도하지 못한데 대한 자책과 함께 그만하길 다행이라고 자위하며 한동안 근신했습니다. 운동하다가 왼쪽 무릎연골이 찢어진 사고를 반면교사로 삼았습니다. 운전할 수 있어 천만다행이라 여기며 고통을 감내하며 지내다가 지인의 권유로 맨발걷기와 접지를 하게 되었는데 속된 말로 대박이 난겁니다.

맨발걷기에 안성맞춤인 용정숲공원 오솔길이 집 근처에 있어서 지난 10월부터 맨발걷기와 접지를 꾸준히 했더니 수술하지 않고도 호전되는 놀라운 변화와 평소 앓고 있던 지병까지 치유되고 있음을 체감하는 호사를 누리고 있습니다.

불운이 되레 행운이 되는 반전드라마가 예 있음입니다.

감사는 주로 은혜와 행운과 배려에서 촉발되지만 이처럼 시련과 실패 속에서도 잉태되고 고통과 불행 속에서도 발현되었습니다.

교훈과 깨달음을 얻어서, 더 큰 고통과 더 큰 불행 아니어서 감사했습니다. 불의의 사고와 예기치 못한 불행을 당했을지라도 이만하길 다행이라고 받아드리고 감사의 삶을 살면 잠든 사이 내리는 함박눈처럼 치유와 거듭남의 감사가 부지불식간에 임합니다.

아시다시피 감사는 순우리말 고마움과 동의어인데 고마움은 곰 토템 사상에 기인한 곰(고마)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있는 형용사이고, 감사는 느낄 감(感)과 사례할 사(謝)로 한자어 동사입니다.

말씀 언(言)과 쏠 사(射)로 되어 있는 `사례할 사'자가 의미하듯 고마움을 느낄 때 느낌을 쏘는(표현) 게 바로 감사입니다. 하여 쏘지 않는 `감사'는 영혼 없는 `감'일 뿐입니다.

기도를 하든, 말로 하든, 몸으로 하든, 물질로 하든 쏘아야 감사입니다. 해피바이러스처럼 주위에 번지는 게 감사입니다. 눈덩이처럼 굴리면 굴릴수록 커지는 게 감사입니다.

감사를 입에 담으면 가슴이 따뜻해지고 귀에 들리면 얼굴이 밝아집니다.

감사하는 이가 행복한 이고, 행복한 이가 감사하는 이입니다.

그러므로 범사에 감사하고 인연에 감사한 삶을 사는 이가 진정한 감사인 이고 행복인 입니다.

`감사가 나를 살렸다'는 부제를 단 `감사'의 저자 이찬수 목사의 주장입니다.

`감사는 표현할 때 완성되는 것'이고, `가장 힘든 지금이 감사가 가장 필요한 순간'이며 오늘 미리 드리는 감사가 내일의 기적을 가져다주는 능력이 된다'고. 음미해볼 만 말씀이고 주장입니다. 아니 그리 살 일입니다.

문득 `삶은 사막과 오아시스'라 했던 월트 휘트먼의 말이 뇌리를 스칩니다. 또 `석사 위에 박사, 박사 위에 밥사. 밥사 위에 감사'란 요즘 시중에 회자되는 우스갯말도 귓전에 맴돕니다.

감사의 완성은 보은입니다. 하지만 보은하기 녹록치 않은 세상살이입니다. 하여 보은은 제때 못하고 살더라도 감사는 제때에 표하고 살 일입니다.

배우자를 비롯해 얼굴을 무시로 맞대고 사는 가족과 가까운 이웃들에게 감사를 생활화해야 합니다. 대면 감사가 어려우면 전화나 카톡으로 해도 좋습니다.

너나할 것 없이 우리 모두는 감사에 빚진 빚쟁이들입니다.

감사를 먹고 자랐고, 감사를 입고 행세했습니다. 그 감사를 후학들과 지역사회에 돌려주어야 합니다. 짧습니다. 생이.

/시인·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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