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에서 만나는 행복 8 - 칸트
철학에서 만나는 행복 8 - 칸트
  •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
  • 승인 2024.08.18 17: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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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여는 창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

 

칸트(Immanuel Kant)는 1724년 봄, 쾨니히스베르크에서 태어났다. 동프로이센의 수도였지만 인구 5만의 작은 도시였다. 칸트는 이 도시에서 평생을 살았다. 독실한 경건주의 신자였던 부모의 영향으로 도덕을 수양하며 예의 바르게 자라났다. 그는 신앙심을 가졌지만 교회에는 충실하지 않았다. 칸트는 교수직을 얻지 못해 15년간 강사 생활을 했다. 그의 강의는 인기가 많아서 학생뿐 아니라 마을 주민까지 몰려들었다고 한다. 1770년 46세가 되던 해에 비로소 학문적 업적을 인정받아 쾨니히스베르크 대학 교수가 된다.

칸트철학의 핵심은 도덕 이론이다. 그는 행위가 초래한 결과가 나쁘더라도 동기만 선하다면 도덕적 행위로 간주했다. 결과보다 동기를 중시한 것이다. 인간이 도덕적으로 살아야 하는 것은 옳기 때문이다. 도덕적 행위가 곧 목적이다. 칸트는 이를 정언명령이라고 한다.

인간은 이성으로 옳고 그름을 구분할 수 있는데 옳게 판단하고 그 행동을 명령하는 것을 실천이성이라 불렀다. 도덕적 행위는 동기가 실천이성의 명령인 의무의식에서 비롯된 행위고 옳아서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선의지'라고 했다.

바로 이 의무의식에서 비롯된 동기에 따른 행위만이 도덕적 가치가 있다고 본 것이다.

칸트에게 있어서 도덕적 선과 행복은 같은 개념이 아니다. 행복보다 도덕적 선 그 자체를 더 중시했다. 만약, 행복하기 위해 도덕적 행동을 한다면 도덕이 될 수 없다. 목적이 도덕이 아니기 때문이다. 칸트는 공리주의나 에피쿠루스처럼 행위의 목적을 행복이나 쾌락으로 설정한다면 그 행위는 도덕적 가치가 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칸트는 이런 주장을 바탕으로 인간존엄성을 주장했다. 이성적 존재인 인간은 목적으로 대우해야 하며 수단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인간은 동물과 달리 자연적 욕망에 의해서만 행동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인간은 누가 강제하지 않아도 자율적으로 욕망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다. 자신의 의지를 옳은 행위를 위해 사용할 수 있어서 인간만이 특별한 존엄하다는 주장이다. 자기의 행복을 포기하더라도 도덕 법칙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라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은 이성이 없는 동물과 달리 존엄해서 수단이 아니라 목적으로 대우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인간은 자신도 목적으로 대우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자살을 반대한다. 자살은 극심한 고통을 피하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에 도덕 법칙을 어긴 행위가 된다. 인간은 돈과 물질적 가치로 결코 환원될 수 없는 존엄한 존재임을 강조한다.

칸트는 행복과 도덕이 양립할 수 있다고 보았다. 행복 추구는 당연하지만, 행복을 위해 도덕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도덕적 의무와 행복 추구가 상충하지 않으면 행복은 우리가 추구할 간접 의무가 된다. 그는 완성된 선은 덕과 행복의 결합으로 보았다. 덕이 있다고 완성된 선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행복이 추가되었을 때 비로소 완성된 선에 이른다는 것이다. 덕의 완벽한 실현은 오직 영원에서만 가능해서 영혼의 불사성이 요청되고, 덕에 비례하는 행복이 가능해지려면 이를 보장할 존재가 필요하므로 신의 실존을 요청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칸트는 덕과 행복이 결합한 최고선 실현을 주장하며 도덕적인 사람이 가장 행복한 세상을 꿈꾸었다.

물질의 풍요가 넘치고 성공과 돈을 위해서라면 도덕은 가볍게 무시하는 현대사회에 칸트가 꿈꾼 최고선의 행복은 아직도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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