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루스트와 오징어
프루스트와 오징어
  • 김세원 중원교육도서관 사서
  • 승인 2024.10.07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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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상쾌한 어느 날 아침…. 40도에 육박하며 끝나지 않을 것처럼 끈질기게 우리를 괴롭히던 여름 더위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가을의 뒤편으로 조용히 물러나고 선선한 바람이 우리의 가슴을 울렁이게 하는 가을이 찾아왔다.

여름내 우리에게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던 나뭇잎들은 가을이라는 매력적인 계절에 도취되어 다양한 색으로 자신을 뽐내다 결국 낙엽이 되었다. 낙엽은 자신의 마지막을 사람들에게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며 그 생을 마감해 가고 있다.

봄은 겨우내 잔뜩 움츠려 있던 세상의 모든 만물을 따뜻한 바람으로 녹여 기지개를 펴고 활동을 시작하도록 토닥여 주는 외향적인 계절이라면 가을은 더운 여름이 가고 추운 겨울이 오기 전 자신의 내면을 잠시 들여다볼 수 있는 잠깐의 휴식을 주는 내향적인 계절인 듯하다. 그래서 가을이 주는 특유의 분위기 때문에 우리는 독서의 계절이라고 부르는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독서의 계절을 맞아 독서 본연의 의미와 역사를 알 수 있는 도서 `프루스트와 오징어'(매리언 울프 저·2024)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이 도서는 2007년 원작 `책 읽는 뇌'를 재출간한 작품으로 독서에 관한 해설서이다.

저자는 독서(책)라는 주제를 가지고 독서의 역사, 독서 능력이 발달하는 과정, 난독증에 관한 세 부분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독서는 선천적인 능력이 아니다.'(p29)

저자는 독서란 6000년이 안 된 발명품으로 인간의 독서능력은 선천적이 아님을 전제로 글을 시작한다.

독서는 인간에 맞추어 탄생한 것이 아닌 독서라는 발명품을 통해 인간의 인지발달과 사고방식이 변화해 왔음을 강조하고 있다.

즉 우리의 읽는 뇌는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 환경에 영향을 받아 끊임없이 진화하고 퇴보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면서 난독증을 장애로 생각하는 사회에 대해 의구심을 표현하며 읽는 뇌의 발달이 더딜 뿐 다른 부분의 뇌가 더욱더 발달할 수 있음을 난독증을 겪었던 에디슨과 다빈치 등의 인물을 통해 이야기한다.

오늘날 우리는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이하고 있다. 긴 글에 대한 거부감을 더해 이제는 긴 영상에 대한 거부감까지 생겨 쇼츠 영상이 유행하기도 한다. 이렇듯 미디어와 문화는 끊임없이 변화한다. 문자문화를 거부했던 소크라테스처럼 우리도 디지털 시대를 거부하기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것은 분명한 시대적 문화혁명이자 변화이고 이것을 거부하기에는 우리의 일상에 너무나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우리는 끊임없이 주변 환경에 적응하는 뇌를 가지고 있다는 저자의 말처럼 문자 시대와 디지털 시대를 혼용할 수 있는 이중적 뇌 구조를 가질 수 있는 인간이 되어야 할 것이다.

나는 문자 시대의 대표적인 기관 도서관에서 일하는 사서이지만 디지털 시대에 누구보다 앞장서고자 노력하고 그 변화를 수용하고자 하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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