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3일 밤에 선포된 비상계엄은 희대의 코미디였고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민낯이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뜬금없고 느닷없는 특별담화는 눈과 귀를 의심할 정도로 시대착오적이었고 엉성하기 그지없는 무모함의 극치였습니다.
국민 대다수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고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나라 걱정을 했으니 국난이고 국치입니다.
정무적 감각과 정치력이 일천한 이를 대통령으로 뽑은 후과여서 할 말을 잃습니다.
국회의 신속한 해제결의와 대통령의 수용으로 6시간 만에 해프닝으로 끝났으니 망정이지 자칫 국가적 대재앙이 될 뻔 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섣부른 비상계엄으로 인해 정국이 혼란에 빠지고 국가이미지와 대외신인도가 떨어져 국가적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에 투입된 군 병력들의 모습과 국회의사당 앞과 광화문 앞에 모인 탄핵 찬·반 인파들의 시위모습을 국내방송은 물론 각국 언론에 연일 톱뉴스로 보도되고 있어서입니다.
혹자는 아니 일부 보수인사들은 말합니다. 대통령이 오죽했으면 그랬겠냐고.
이해되는 부분이 없진 않으나 그렇다하더라도 비상계엄으로 해결할 일은 아니었습니다.
국민 60% 이상이 계엄의 필요성에 동의하고 지지해도 성공할까 말까인데 20%대의 낮은 지지를 받고 있는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하겠다는 자체가 난센스이고 자폭행위였습니다.
굳이 해야 했다면 대국민호소여야 했습니다.
국민들에게 큰 절을 올리고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저 일 좀 하게 특검과 탄핵을 남발하고, 예산삭감으로 태클 걸고 발목 잡는 거대야당의 입법독재와 독선을 막아주세요’라고 성심을 다해 읍소하는 겁니다.
그랬더라면 하루아침에 내란의 수괴가 되고, 탄핵과 하야와 수사를 종용받는 비참한 신세는 면했을 터입니다. 아니 동정여론이 돌아 힘을 받을 수도 있었을 터입니다.
총칼(비상계엄)이 반대세력을 잠시 제어할 수 있지만 꿈틀되는 정의는 잠재울 수는 없습니다.
국민들의 높은 의식수준과 비상계엄에 항거한 DNA가 있어 더더욱 그렇습니다.
비상계엄이든 경비계엄이든 계엄은 폭력과 인권유린을 수반합니다.
영장제도나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와 야간통행이 제한되는 등 반민주적 요소가 통용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전시와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시에만 대통령이 한시적으로 발령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했는데 이를 정적제거와 정권연장의 수단으로 악용하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아무튼 쿠데타로 정권을 잡거나 정권을 연장한 위정자의 말로는 비참합니다.
예로부터 쿠데타는 성공하면 충신이 되고 실패하면 역적이 된다했습니다.
무리수를 두다가 영어의 몸이 된 김용현 전 국방장관과 하수인들이 이를 웅변합니다.
지금 대한민국호는 방향타를 잃고 표류 중입니다. 위기입니다.
헌데 중심을 잡아야 정치권의 행태를 보면 한심하기 그지없습니다, 아니 열불이 납니다.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삶은 안중에 없고 사태의 유·불리만 저울질하고, 권력 잡기에 골몰하고 있으니 기가 찹니다.
사실 이번 계엄사태는 예견된 시한폭탄이나 다름없습니다.
심대한 여소야대인데다가 야당은 윤석열 대통령을 함양미달의 불량 대통령이라 단정하고 끌어내리려 하고, 여당은 이재명 대표를 범죄자로 낙인찍어 기피하고 사법리스크의 걸려 좌초하기만을 바라니 사단이 나는 겁니다.
존중과 배려, 타협과 협치, 공존과 상생이 없는 몰염치한 정치가 제조한 시한폭탄이 일찍 터진 겁니다.
경제와 문화예술과 과학으로 국력을 크게 확장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입니다.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는데 이골 난 위대한 국민들입니다.
이번에도 보란 듯이 그러리라 믿습니다. 아픈 만큼 성장하는 대한민국 만세!
/시인·편집위원
김기원의 목요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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