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서울에서 열린 G20 폐막 기자회견장이었다.
미국대통령 오바마는 개최국으로서 역할을 해준 한국에 감사하며 한국의 기자들에게 `질문권'을 드린다고 말했다.
“누구 없나요?” 오바마가 물었다. 당황한 걸까? 한국기자 어느 누구도 손을 들고 질문하지 않았다. 긴 침묵은 어색하게 전파를 타고 전 세계로 흘러갔다.
“한국어로 질문하려면 통역이 필요합니다. 사실 통역이 꼭 필요합니다” 영어로 질문하지 않아도 되니 편하게 질문하라는 듯 오바마가 재차 한국기자들에게 질문해줄 것을 요청했다.
수많은 세계 외신기자들은 어색한 침묵을 한국기자가 얼른 깨주길 바라는 듯 웃어주었다. 이때 마이크를 들고 일어난 기자가 있었다. 중국 관영방송사인 CCTV 루이청강 기자였다.
“저는 한국기자가 아닌 중국기자이지만 아시아를 대표해서 질문해도 될까요?”라고 그가 말했다.
상당히 무례한 짓이다. 한국기자에게 질문했는데 자기가 뭐라고 아시아를 대표해서 질문한단 말인가.
오바마는 중국기자가 질문하려는 것을 거절하며 재차 한국기자가 질문하도록 요구했지만 잘난 한국기자들은 그날 단 한 사람도 질문하지 못했다.
결국 질문권은 중국기자에게 넘어갔다. Youtube에 `G20 한국기자'라고 검색해보라! 여전히 그 낯 뜨거운 동영상이 있다. 이런 것이 굴욕 아닐까?
사드사태 이후로 하루 300억원 정도의 대중무역 손실이 난다고 할 만큼 한중관계의 개선이 시급한 때다. 전임 대통령과 전 정권의 무능한 외교로 나락으로 떨어진 한중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관계를 원상회복시켰다고 할 만큼 큰 성과를 이루고 돌아왔다. 하지만 이런 중요한 기사보다는 중국인 경호원에게 폭행당한 기자이야기나 대통령이 홀대받았다는 기사가 주를 이룬다. 필자가 보기에 문재인 정부를 홀대하는 것은 다름 아닌 일부 사악한 우리 언론이었다. 믿고 보던 JTBC마저 7분이나 넘게 기자 폭행이야기를 다뤘다. 기자 폭행이 그렇게 중요한 기사라면 어째서 사건의 전말은 다루지 않고 폭행결과와 후속조치 유무만을 다루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2013년 6월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도 한국기자가 폭행을 당하는 일이 있었다. 그때는 중요하지 않아서 기사화되지 않았는데 갑자기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 중요시되었는가? 그렇게 기자폭행 사건이 중요하다면 중국경호원이 기자를 폭행하게 된 경위를 소상히 밝혀야 하고 기자를 폭행하는 일이 비단 한국기자에게만 국한된 것인지 다른 외신기자들도 폭행당하는 일이 다분한지도 보도해야 할 것이다.
어떠한 경우라도 폭력은 잘못된 것이지만 지정석에서 협의된 대로 취재하지 않고 무리하게 경호원 제지를 뚫고 가려다 일어난 사건이다. 조사를 요구하고 폭행에 관한 사과는 받아야 마땅하지만 일의 경중을 구분하여 기사화하는 바른 언론이었으면 좋겠다.
오바마가 베트남식당에서 쌀국수를 먹으면 서민적인 행보이고 왜 문재인 대통령이 똑같은 행보를 하면 혼밥이라고 헐뜯는가! G20 기자회견처럼 정작 질문해야 할 때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있다가 사실을 왜곡할 때는 득달같이 달려들어 사악한 말들을 쏟아 놓는다. 필자는 아직도 세월호 전원구조라는 오보에 대해서 통렬히 자기비판을 하는 언론을 보지 못했다. 그들이 여전히 기사를 쓰고 있다는 사실을 시민들은 알고 있다. 올해의 사자성어로 파사현정(破邪顯正)이라는 4자성어가 선정되었다. 깨뜨릴 파(破)에 간사할 사(邪), 나타날 현(顯)과 바를 정(正)으로 사악하고 그릇된 것을 깨뜨려 없애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의미다.
명리로 보는 세상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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