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시스 베이컨 - 십자가를 위한 세 습작
프랜시스 베이컨 - 십자가를 위한 세 습작
  • 이상애 미술학박사
  • 승인 2018.11.22 19: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상애와 함께하는 미술여행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에서 `살'이라는 것은 인간과 동물의 공통영역이자 이 둘을 구분할 수 없는 요소이기도 하다. 프랜시스 베이컨은 인체에 기형적인

변형을 하거나 난도질하여 인체를 한갓 푸줏간의 고깃덩어리와 동등하게 위치 지움으로써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였다. 그의 회화 속에서 동물과 인간은 경계 없는 하나가 된다. 짓이겨지고 뭉개진 `형상'은 기관이 분화되기 이전, 즉 기관 없는, 더 이상 사람도 동물도 아닌 그저 우리의 신경계를 자극하여 소름을 돋게 하는 물감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회화의 폭력이다. 베이컨은 `회화의 폭력'을 휘둘러 우리를 감각의 체험 속으로 몰아넣음으로써 합리주의의 이성 아래에 웅크리고 있던 우리의 원초적 신체를 되살린다. 이때 인간의 신체에서 `합리적 주체'로서의 이성은 사라진다. 그렇다면 이성이 사라진 우리의 몸에는 무엇이 남겠는가? 그것은 바로 `감각'이다. 감각적 주체로서의 인간은 동물과 다를 바 없다. 때문에 인간을 동물 위에 올려놓을 수 없게 되고 여기서 근대의 인간중심주의도 무너진다.

베이컨의 회화에서 기괴한 형상의 고깃덩어리는 감각의 질료이다. 그의 회화는 찢어 발겨진 인체를 재현한 것이 아니라 놀라운 정서적 자극을 유발하는 형상과 색채로 우리의 감각을 일깨운다. 그의 형상을 보는 순간 우리의 눈은 `보는 눈'이 아니라 `만지는 눈'이 되고, 이 촉각은 `신경계에 직접 호소하는'방식을 취한다. <십자가를 위한 세 습작> 의 가운데 패널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제멋대로 해체된 형상은 생생한 색채와 물감 덩어리들로 인해 우리 몸의 신경세포에 직접적인 충격을 가한다. 나의 유기체적인 몸을 빠져나간 관객으로서의 `옷을 입은 내가'발가벗겨진 채 해체된 `그림 속의 나'의 몸을 보고 전율한다. 이 전율은 대뇌피질의 지성적 작용이 몸에 와 닿기 전의, 인식의 단계를 건너뛰는, 혹은 인식의 과정을 필요로 하지 않는 직접적인 체험이다. 그래서 동물적이다.

베이컨은 회화에 우연적인 요소들을 도입하여 형태를 변형시킴으로써 정형도 비정형도 아닌 기괴한 형상의 창조를 통해 닮은꼴이라는 재현의 논리학을 해체한다. 이로써 그는 시각적 아름다움을 포기하고, 구상과 추상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하며 형과 색의 유희를 통한 `촉각적'충격을 노린다. 따라서 그의 회화는 보이지 않는 힘을 가시화하고, 그 힘이 우리의 몸에서 행사되는 시간을 보여준다.

인간의 한계를 초극하려면 신이 되거나 동물이 되어야 할 것이다. 베이컨은 기꺼이 동물이 되기를 선택한다. 그는 푸줏간에 들어가 도살된 짐승들이 걸려 있는 것을 보며 “저기에 걸려 있는 것이 왜 내가 아닐까?”라고 자문한다. 인간의 아들이자 사형수였던 예수도 십자가 위에서 신성한 동물이 됨으로써 비로소 인간을 초월한 신의 아들이 될 수 있었다. 이렇듯 베이컨은 고깃덩어리로서의 인간의 `살'을 종교예술의 형식인 트립티콘(삼단제단화)에 담아 인간의 고뇌와 존재의 본질에 대한 탐구를 하고자 한 것은 아닐까?

/미술학박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룰렛 승률 토토 카지노 홀덤 카지노 로켓 카지노 카지노 바카라 사이트 슬롯 카지노 사이트 온라인바카라 카지노 베팅 전략 에볼루션 카지노 주소 바카라 홀덤 바카라사이트 카지노 슬롯 게임 바카라 슬롯 바카라 게임 최고의 카지노 사이트 온라인 도박 사이트 최고의 카지노 사이트 잭팟 카지노 바카라 배팅 프로그램 카르마 카지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