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한민국 현실이 폭염에 더위를 먹은 듯 어지럽다 못해 위태위태(危殆危殆)하다.
정부는 정치권과 논쟁을 벌이는 사안들에 대해 적극 해명하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170석)과 국민의힘(108석)이 펼치는 아귀다툼에 활활 타는 불에 기름만 붇는 격이다.
그러는 사이 민생은 뒷전으로 밀렸다. 정부와 거대 양당 모두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가는 지경에 빠진 꼴이다.
최근 모든 물가는 엄청 큰 폭으로 치솟았고, 서민들은 먹고살기 힘들다고 난리다.
이 와중에 올해 79주년을 맞이한 광복절 경축식은 독립기념관장 인선을 둘러싼 갈등끝에 두 개로 쪼개서 진행되는 사상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정부 주최 경축식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진행됐고 같은 시간 광복회 등 56개 독립운동단체연합은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따로 기념식을 열었다.
광복절 경축 행사가 이념 논쟁 속에서 파행으로 얼룩진 것은 해방 이후 처음이다.
논란은 국가보훈부에서 지난 7일 신임 독립기념관장에 김형석 대한민국역사와미래 이사장을 임명하면서 불거졌다. 광복회는 그의 편향된 역사관 등을 문제 삼으며 크게 반발했다. 김 관장은 지난해 12월 한 행사에서 “대한민국이 1945년 8월15일 광복됐다며 그게 광복절이라고 이야기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역사를 정확하게 모르는 것”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일었다. 독립운동의 상징적인 기관인 독립기념관장직에 어울리는 인사의 발언과는 거리가 먼 발언이었다.
그러자 광복회는 김 관장을 과거 친일 과거사 청산 부정과 1948년 건국절 등을 주장한 일명 `뉴라이트 인사'로 지목했다.
광복회와 야당 등은 김 관장 임명을 철회하지 않으면 정부 주최 광복절 경축식에 불참하겠다고 으름장을 놨지만,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정부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우원식 국회의장은 “유감스럽지만 국민들이 염려하고 광복회가 불참하는 광복절 경축식은 인정할 수 없다”며 전날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우리의 역사 의식과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물러설 수 없는 투쟁의 일환으로 광복회원들의 결기를 보여줘야 했다”며 불참 이유를 공개했다.
이를 두고 여당인 국민의힘은 우 의장과 이종찬 광복회장의 불참에 유감을 표시하고 민주당의 반정부·반일 공세를 강하게 비난했다.
정치 및 이념논리와 무관한 광복절이 이념공세의 장으로 변질되고 만 것이다. 광복절은 말 그대로 광복을 경축하고, 독립을 위해 헌신한 독립투사들의 정신을 되새겨보는 시간이면 충분하다. 건국시기를 1945년으로 볼 것이냐, 1948년으로 볼 것이냐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광복절의 또 다른 모습은 사회통합이다. 똘똘 뭉쳐 다시는 나라 뺏기는 과오를 반복하지 말자는 각오를 다지는 날이다. 이 때문에 광복절이 두쪽 나면서 불거진 사회분열상은 매우 우려된다.
존경은 아니더라도 준중받아 마땅한 독립유공자와 그 후손들로 꾸려진 광복회의 요구가 제대로된 재검토 한번 없이 묵살되는 현실도 안타깝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라고 명시돼 있다.
작금의 사회분열상을 놓고 진영논리에 빠져 한마디씩 던지는 위정자들은 위 헌법 전문을 한 번 읽어보고 발언하기를 바란다. 전문 어디에 사회분열에 앞장서라는 문구가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