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이유
여행의 이유
  • 김현숙 괴산교육도서관 관장
  • 승인 2024.08.26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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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읽기

카페에 왔다. 무더위를 피해 테이블에 삼삼오오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 틈에 나는 홀로 작업을 시작하며 음악을 켠다. 사무실 일과 가정일을 반복하는 생활 중 잠시 일탈이다.

북적이는 커피숍 한 귀퉁이에서 앉아 내 일과 음악에 집중하는 지금이 김영하 작가가 말하는 여행에서 느끼는 `노바디'가 아닌가 생각한다. 낯선 사람들 틈에서 느끼는 자유로움으로 `아무것도 아닌 자'가 잠시 되어 본다.

이번 모임에서 선정하여 다시 읽어본 도서 `여행의 이유'(김영하 지음·복복서가)는 여행하는 이유와 여행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작가에게 여행은 기대와 다른 현실에 실망하고, 대신 생각지도 않던 어떤 것을 얻고, 그로 인해 인생의 행로가 미묘하게 달라지고, 세월이 지나 오래전에 겪은 멀미의 기억과 파장을 떠올리고, 그러다 문득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알게 되는 것이었다고 한다.

책은 여행지에서 겪은 이런저런 경험을 풀어내는 여행담이 아니라 여행을 중심으로 인간과 글쓰기, 타자와 환대, 살아간다는 의미를 풀어내는 사유의 여행기이다. 미처 정리하지 못하고 한쪽에 미뤄둔 여행과 인생에 관한 단상이 잘 정리되어 있다. 왜 여행을 떠나려고 하는지, 여행을 통해 무엇을 얻고 깨닫는지, 인생의 여정을 어떤 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지로 확장하여 `여행'의 이유가 담겨 있다. 이를 통해 독자는 나만의 `여행의 이유'를 또다시 사유하게 된다.

여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행을 좋아하는 후배를 보며, 왜 끊임없이 여행을 갈망할까 궁금했는데 책이 답한다. 일상의 장소를 벗어나 생생하고 색다른 모험을 겪길 바라는 욕망, 여러 가지 일들로 번잡해진 머리를 비우고 먼 곳으로 떠나 홀로 휴식을 취하고 싶은 간절함은 우리를 `여행하는 인간, 호모 비아토르'로 만든다고. 또 작가가 찾은 여행의 이유는 낯선 곳에서 거부당하지 않고 받아들여질 때 얻어지는 삶의 안정감을 느끼기 위함이요, 자신의 슬픔을 몽땅 흡수한 거처럼 보이는 물건들로부터 달아나기 위함이라고 한다. 또 여행의 신은 자신을 낮추는 자, 환대에 감사하는 자를 돌본다는 구절에서 여행할 때 지니면 좋을 또 다른 자세와 시선을 배운다.

익숙한 공간, 익숙한 사람, 익숙한 시간 속에서 갇혀 익숙한 생활을 반복하다 보면 내 세상이 전부인 것 같은 착각, 그리고 지루함을 느끼게 되면 우리는 여행을 통해 리셋 되기를 바란다. 여행을 인생의 여정으로 비추어 볼 때 유한한 삶을 살아가는 인간이 지구에 잠깐 머물다 가는 시간이 편안하고 즐겁기 위해서는 환대와 신뢰, 도움, 존중과 겸손, 포용할 수 있는 인류애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여행의 이유는 곧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로 연결된다. 현재를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하며 나의 인생을 무엇으로 어떻게 채울지도 함께 생각해 보면 좋겠다. 벌써부터 다음 여행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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