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사랑의 역사적 정체성을 살리자
이웃 사랑의 역사적 정체성을 살리자
  • 김명철 전 제천교육장
  • 승인 2024.09.03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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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역사기행

청주는 역사적으로 이웃 사랑과 지역의 공동체 정신을 가장 잘 실천했던 지역이다.

특히 조선시대 율곡 이이가 청주목사로 재임하던 시기에 실시한 `서원향약'은 청주의 자랑이다.

`서원향약'을 통해 청주의 지역민들이 윤리 도덕을 강구하며 풍속을 교화하고 어려운 이웃을 자발적으로 돕는 이웃 사랑의 실천 운동이었다.

향약은 본래 중국 남송 때 장안 남쪽 남전에 살던 여대림 등 여씨 사형제가 자기 고을에서 실시하던 지방민들의 도덕적 규약이었다.

이를 주자가 약간 손질하여 `소학'에 수록함으로서 세상에 널리 퍼지게 됐다. 향약에는 네 가지 덕목이 있다.

`덕을 닦는 일을 서로 권한다' 뜻의 `덕업상권((德業相勸), '잘못한 것에 대해서 서로 경계한다'는 `과실상규(過失相規)', `예법을 지키는 풍속에 서로 교류한다'는 뜻의 예속상교(禮俗相交), 마지막으로 `환난상휼(患難相恤)'이다.

앞의 3가지 덕목은 교육과 교화로 가능하지만 `환난상휼'은 돈과 물질이 수반되어 다른 지역에서는 불가능한 것을 `서원향약'에서 실시한 것이다.

그만큼 청주의 지역민들이 어려운 이웃들의 삶에 관심을 갖고 나눔을 실천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환난상휼'에 해당되는 항목으로, `소학'에서는, 첫째 홍수와 화재, 둘째 도적 만나는 일, 셋째 질병, 넷째 초상을 당한 일, 다섯째 외롭거나 약한 것, 여섯째 모함을 당하거나 억울한 일을 당한 것, 일곱 번째 가난하고 궁핍한 것 등이다. 이러한 일들을 서로 돕고 나누는 것이 사회복지이고 모두가 잘사는 사회를 만드는 길이다.

청주가 이웃 사랑의 역사적 정체성을 살리기 위해서는 `서원향약'에서 강조된 상부상조와 이웃 사랑의 정신을 현대 복지 프로그램에 반영하여야 한다.

지역 내 사회복지시설과 어려운 이웃을 지원하는 적극적인 행정을 펴야할 것이다.

자원봉사를 활성화하고, 학교와 지역 사회 교육 프로그램에서 `서원향약'과 `환난상휼' 정신을 교육하고,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이 정신을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일도 중요하다.

그리고 지역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이 정신을 받아들이고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청주지역 내 여러 기관과 단체들이 협력하여 지역 내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신속하게 지원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지역 내 기업들이 환난상휼 정신에 따라 기부와 봉사 활동에 참여하도록 독려하는 일도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청주 지역에서 추진되는 축제를 서원향약과 관련된 역사적 사실을 기념하는 축제나 행사로 승화하여 지역 주민들이 이 정신을 지속적으로 기억하고 계승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우리 민족은 지구상에서 가장 인정이 많은 민족이다. 남의 아픔을 그냥 못본채 하지 않고 바로 달려가 몸을 바쳐 구제하는 긍휼의 정신이 있다. 청주에서도 임진왜란 때 박춘무 의병장을 비롯한 많은 의병들, 그리고 독립운동 시기에 사회의 지도층이 솔선하여 오블레스 노블리주를 실천 것이 청주의 청주다운 역사적 정체성이었다.

이웃 사랑의 역사적 정체성을 발휘하여 모든 시민이 기본적인 필요를 충족하고 존엄성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는 공동체 의식과 사회적 연대를 강화하여 소외되고 무시당하는 사회적 약자가 한 사람도 없는 그런 사회를 만드는 것이 우리 고장의 역사적 정체성을 살리는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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