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게 되는 많은 권리들은 처음부터 당연한 것이 아닌, 누군가의 용기와 희생에서 얻어지게 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여성의 교육권, 직업권, 참정권도 그 대표적인 예가 아닐까 싶다.
1898년 9월 1일 서울 북촌에서 이소사, 김소사(소사(召史):나이든 기혼여성을 일컫는 말) 이름으로 여권통문(女權通文)이 발표되었다. 여권통문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인권선언문으로 여성의 교육권, 직업권, 참정권 획득의 중요성을 신문을 통해 여론에 호소하고 이를 실천에 옮김으로써 근대적 여성운동의 역사적 기원이 되었다. 이는 1908년 3월 8일 미국 여성 노동자들의 궐기로 시작된 `세계 여성의 날' 보다 10년이나 앞선 것으로 그 역사적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단지 선언에 그치지 않고 이후 국내 최초의 여성단체(찬양회)와 한국여성에 의한 최초의 여학교(순성여학교) 설립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그 실천력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의미를 되새겨 2019년 양성평등기본법을 개정하여 매년 9월 1일을 여권통문(女權通文)의 날로 정하고 2020년부터는 양성평등주간을 종전 7월에서 9월로 변경하여 여권통문의 날(9.1)을 포함한 9월 1일부터 7일까지를 양성평등주간으로 지정하였다. 그리고 매년 이 주간에는 여성가족부를 비롯한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가 양성평등 실현을 촉진하기 위한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충북도 양성평등주간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2024년 양성평등주간 기념식과 다양한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우선 9월 3일 `함께 일하고 함께 돌보는 양성평등 사회'라는 슬로건 아래 충북미래여성플라자에서 기념식을 개최한다. 이번 기념식에서는 양성평등 실천을 향한 메시지를 담은 기념공연, 퍼포먼스와 더불어 우리사회 양성평등 문화 확산에 공헌한 유공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는 표창 수여식을 진행한다.
또한 기념식 외에도 `돌봄 사회를 염원하는 성평등 연극·시낭송', `양성평등 가치 확산을 위한 강의·토론', `양성평등주간 기념 음악공연', `양성평등영화제' 등 다채로운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러한 다양한 양성평등주간행사 참여를 통해 우리는 여권통문이 발표된 지 126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의 양성평등의 현실에 대한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다.
현대사회는 법적으로는 평등을 보장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양성평등을 이루기 위해서는 여전히 많은 과제들이 남아 있다. 성별 임금격차, 여성의 경력 발전의 한계, 가정 내 성역할 불균형 등은 여전히 중요한 이슈이다. 이러한 불평등을 개선해 나가기 위해서는 법적 제도개선 뿐만 아니라, 직장 내 성평등 정책 강화와 가정 내 성역할 분담의 공정성을 높이는 기업문화 개선과 사회적 인식 변화가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양성평등은 단지 여성만을 위한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를 더욱 공정하고 포용력 있게 만드는 핵심 요소라 할 수 있다. 올해 양성평등주간에는 많은 사람들이 126년 전 이름없는 여성들이 외쳤던 여권통문의 의미를 되새기는 기회를 가지기를, 그리고 우리 모두가 남녀구분 없이 행복한 삶의 주체로 평등하게 존중받기를 기대해 본다.
열린광장
저작권자 © 충청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