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 동안 문화예술행사를 관람한 적이 있습니까
지난 1년 동안 문화예술행사를 관람한 적이 있습니까
  • 최은희 청주복지재단 상임이사
  • 승인 2024.09.19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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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담

통계청의 사회조사 중 `지난 1년 동안 문화예술행사를 관람한 적이 있습니까?'라는 문항이 있다.

이 문항은 영화나 연극, 미술, 스포츠 등을 현장에서 관람했습니까?를 묻는 것이다.

나는 이 문항을 접할 때마다 늘 두 가지 생각이 교차한다.

하나는 문화예술행사를 즐기는 방식(매체)이 다양해지고 온라인에도 작품이 풍부한 요즘, 질문을 수정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과 다른 하나는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것은 현장과의 교감 속에서 직접 보고 만지고 느끼는 생동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는 생각이다. 오늘은 전자보다 후자가 더 많다. 마음을 살찌우는 가을이 되면 나는 의도적으로 문화활동을 해야 할 것 같아 공연과 전시를 더 열심히 찾아본다. 공연이나 전시회 티켓을 예매해 놓고 기다리는 시간은 여행을 기다리는 것처럼 힘든 일상을 사는 데 힘이 된다.

9월 첫 주에는 우리나라 최대 미술축제인 키아프(KIAF)와 프리즈(FRIEZE)가 열린 코엑스에 다녀왔다. 각 홈페이지와 기사를 참고해 두 행사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키아프(KIAF) 서울은 우리나라 최초의 국제아트페어로 2002년 처음 열렸고, 20여년 넘게 한국 미술시장과 해외 미술시장을 잇는 매개체이자 기존의 예술과 현대의 예술을 한곳에 담는 글로벌 플랫폼의 역할을 한다.

올해는 22개국의 206개 갤러리가 참가하였으며 이 중 3분의 1 이상이 해외 갤러리로 국제적인 참여도가 증가하였다. 프리즈(FRIEZE) 서울은 프리즈 런던, 프리즈 마스터스(Frieze Mast ers), 프리즈 뉴욕, 그리고 프리즈 로스앤젤레스를 주최한 프리미엄 아트페어팀이 선보이는 선도적인 국제아트페어이다. 2022년 이래 세 번째 개최이며 세계 주요 갤러리 110여 개가 참가하였다. 동시에 열린 두 행사의 관람객은 키아프(KIAF) 8만 2천 명(5일간), 프리즈(FRIEZE) 7만 명(4일간)이다.

코엑스 전체 홀이 북적이는 속에서 나는 한여름 태양만큼 뜨거운 미술품 비즈니스 시장을 새롭게 경험하며 미술에 대한 관심, 탐색과 탐구의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참 많다는 생각을 했다.

미술 전시회 가는 것을 좋아하지만 이번 아트페어는 감상이 목적이 아니라서 주마간산격으로 작품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여느 전시회에서도 느낄 수 있는 작가의 혼신의 힘에 감탄과 경탄을, 알록달록한 색채들에서는 기쁨과 마음이 밝아짐을 느꼈다. 반면 달랐던 점은 잡지에서 막 빠져나온 듯한 멋진 옷을 차려입은 사람들, 전시장 여기저기서 영어, 독일어, 일본어로 작품을 설명하는 외국인들이 많아서인지 짧은 세계 여행을 한 기분이 들었다는 것이다. 이래서 현장 관람을 강조하는 건가? 분명 부대적인 상황은 감상을 방해하는 데도 `지난 1년 동안 문화예술행사를 관람한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관람의 빈도가 아닌 질적인 측면에서도 진정한 현장 관람이었다고 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특히 내년에도 가야겠다는 생각과 관람 전 미리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여 작가와 작품을 공부하는 것도 좋겠다는 결심을 했으니 이번 관람은 내게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이 모든 생각을 능가한 강력한 감정은 주말 점심을 먹고 아주아주 편한 차림으로 작품을 보러온 코엑스 옆 아파트에 살 법한 사람들의 모습에서 느낀 접근성에 대한 부러움이었다. 생각해보니 규모는 다르지만 청주에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 주말에는 나도 그들처럼 아주아주 편한 차림으로 가까운 곳에서!, 생생하게!! 청주국제아트페어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이 도시에 사는 한 할머니가 돼서도 `지난 1년 동안 문화예술행사를 관람한 적이 있습니까?라는 물음에 나는 `예'라고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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